[교수논평2025-06] "학교의 주인은 누구?"
[교수논평]은 2020년 10월 첫 발행을 시작으로 매월 1주와 3주에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기 발행되어 왔습니다. 2025년부터 [교수논평]은 이 시대의 사회 이슈와 교육 현안 등에 대해 전문 논평인들의 논평을 매월 발간합니다.
학교의 주인은 누구?
박철웅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전세종충남 부지부장)
나는 올해 대전 노동자대회에서 노동자합창단의 일원으로 공연을 했다. 사람들은 ‘그깟 노동자합창단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낮에 일하고 저녁에 모여서 일주일에 두어 번 연습하는 것치고는 상당한 수준의 공연을 요구받는 곳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의 합창단 가입 목적은 노래보다는 다른 산별 노동자들과 친해지기 위함이었다. 사실 교수노조가 민주노총 산하의 조직이기는 하지만, 광장을 제외하면 진짜 노동자들과 개인적으로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운영위원으로 참여는 하고 있지만 항상 겉도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합창단에 가입했던 것이다.
하지만 3개월간의 연습은 예상보다 깐깐했고, 나이는 많고 실력은 모자란 자격지심으로 ‘중간에 적당히 포기할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항상 분홍색 조끼를 입고 와서는 열심히 참여하는 동지들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다. 그녀들은 학교 비정규직노조 소속으로 학교 급식조리원들이었다. 지역에선 제법 긴 시간 동안 학교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중이다. 문제는 교섭을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대전교육청을 상대로, 조리원 노동자들이 단체 휴가 등의 준법투쟁으로 맞서는 바람에 급기야 급식이 중단된 것이다. 이를 두고 학부모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조차 자초지종을 따지기보다 ‘아이들 밥 가지고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터였다.
그녀들은 합창단 안에서도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듯이 처음에는 자신들의 그룹 위주로 떠들고 움직였다. 하지만 나름 전통의 노동자합창단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노래선생님이 단원을 일일이 개별적으로는 청취해서 높은음, 중간음, 낮은음 파트별로 찢어서 새로운 그룹을 만들었다. 나는 중간음이기에 그녀들 중 일부와 같은 파트에 배치되어 자연스럽게 인사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들은 매일 같이 연속되는 투쟁 속에서 도 열심히 참여했고, 나 역시 그런 그녀들을 지켜보며 다른 동지들에게 폐를 안 끼치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노래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제일 적극적이던 학비노조의 A동지가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가 내 또래여서 합창단 안에서 어른(?) 취급을 받는 바람에 더욱 관심이 가는 동지인데, 마을도서관 지킴이 같은 인상과는 달리, 작년 단체교섭에서 삭발을 감행한 ‘깡다구 동지’라고 분홍조끼 동지들이 귀띔을 해 준 바 있다. 결국 몇 주를 거르고 다시 나타난 그녀는 팔에 석고로 된 깁스를 하고 있었다. 그날 마침 연습 기간 중 딱 한 번 있는 귀한 회식이라서 나는 룸펜(Lumpen) 지식인답게 그동안 궁금했던 보자기를 풀어놓았다.
그런 나의 예의 없는 질문에 대하여 A동지가 답을 해주었다. 그녀는 일주일에 평균 3곳의 병원을 다닌다고 했다. 학교 급식실은 열기와 수증기, 조리흄과 유해물질이 가득한 밀폐된 공간이며, 여기서 매일 수백인 분의 음식을 준비하는 살인적 노동강도에 호흡기, 근골계 등이 성할 날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퇴직 후에 많은 이들이 폐암으로 고생하며 숨지고 있다고 한다. A동지는 붉어진 얼굴로 ‘더 일하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멈추었다.’ 고했다. 떨어진 나의 시선은 그녀의 깁스를 향하였다. 그녀는 급식노동자들을 이끌고 교육청 안으로 진입하려다가 몸싸움 끝에 다치게 된 것이다. 그녀들이 성역 같이 여겨졌던 교육청 안으로 진입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공감하는 글들이 학교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전의 00여고를 중심으로 시작되어서 바야흐로 중학생들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나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흥미롭게 올라오는 글들을 지켜보다가, 그중에 ‘조리원 아줌마는 누군가의 어머니입니다‘는 글을 보는 순간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이..., 학생들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학교 안의 주체를 선생님과 학생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는 정규직 선생님을 제외하고, 행정서무직, 건물관리, 돌봄선생님, 조리지도사, 조리원 등 80여 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있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고 임금도 계약조건에 따라서 열악하게 세분화 되어 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먼저 차별부터 배우는 셈이다. 이런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대할지는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고등교육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정년트랙, 초빙교수, 겸임교수, 비정규직교수, 산업체특화교수... 헤아릴 수 없는 명칭들이 생겨나지만 결국 노동유연성을 내세워서 정규직 채용을 꺼리는 구실일 뿐이다. 또한 대학 직원들은 직원대로 정규직, 무기계약직, 임시직 등으로 얼마나 많이 나누어 놓았는가? 그러면서도 소위 정규직 교수들과 직원들은 자신이 학교의 주인인 마냥 특권의식에 취해서 외부 업체 파견직인 환경미화직 노동자나 경비노동자 또는 대학원생 조교 등에게 갑질을 하기 일쑤이다.
노동절에 우리 합창단의 공연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특별히 아직도 투쟁 중인 분홍색 조끼, 그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녀들은 신기하게 사업장의 투쟁이 지속될수록 오히려 기운을 되찾고, 자신감이 넘친 모습으로 행동이 활기차지며 목소리도 커졌다. 내가 A동지에게 그 비결을 묻자, 급식을 처음 먹었던 아이들이 이제 급식실 노동자로 함께 투쟁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무슨 더 보탤 말이 있겠는가. 힘써 응원할 뿐이다. 투쟁!! (끝)
2025년 08월 18일
전/국/교/수/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