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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2024-21] "대학의 대사회 비판력 회복지로서의 역할"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4-12-02 16:28
조회
81

[교수논평]은 2020년 10월 첫 발행을 시작으로 매월 1주와 3주에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기 발행되어 왔습니다. 2024년부터 [교수논평]은 이 시대의 사회 이슈와 교육 현안 등에 대해 전문 논평인들의 논평을 격주로 발간합니다.

  

대학의 대사회 비판력 회복지로서의 역할

이무성(전국교수노동조합 단체교섭대책위원장, 광주대 해직교수)

 건강한 사회는 건전한 비판력의 존재가 전제되는데, 한국 사회에 사회비판력 상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불량 기득세력은 당연히 사회비판력 봉쇄를 획책한다. 한국 사회에서 비판력의 원천은 대학이었다. 물론 언론 등 제 조직체에서도 그 역할을 수행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비판력 중심점은 대학에서 비롯되었다. 박정희 군사 유신독재치하에서도 대학사회는 침묵을 거부하고 당당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다. 교수들은 해직, 구속 등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청년 대학생들도 스승의 옳은 행동에 기꺼이 동참하였다. 제적, 구속에도 전혀 두려움 없이 선배들의 정의로운 길을 선택하였다. 

  오늘날 대학 사회는 예전과 달리 비판력 상실이 일상화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취업 최우선으로 학점관리, 스펙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는 학우를 경쟁자로 간주하여 철저히 경계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학생회 구성은 기대할 수 없다. 상당수 대학들이 학생회 선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불량 적폐 사학에선 어용 학생회를 공공연히 결성하기도 한다. 이들의 수법은 대학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식 밖의 행동에서 읽어볼 수 있다. 자신들에게 적극 협조하는 어용 학생들 일부를 학교 교직원으로 채용하여 이들을 통해 어용 학생회의 명맥을 유지시키고 있다. 

  교수연구자들도 비판력이 제거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비판에는 불이익이 수반된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상당수 교수연구자들은 학교의 직, 간접적인 이해에 대하여 그 부도덕함에도 침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몇 정의로운 교수 연구자들이 이에 대한 문제점을 폭로하고 요구하면, 이들에겐 재임용탈락 등 반드시 후속적인 불이익이 구체적으로 뒤따르고 있다.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되면서 노예근성의 구성원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 아예 채용단계에서 비판적 성향의 인사들은 예외 없이 탈락시킨다. 학문적 소양이나 학자적 양심보다는 비판하지 않고 순응적인 사람들을 교수로, 그것도 연봉제 계약제로 임용한다. 대학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대학의 불량운영자들은 온갖 비리로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은 계속 챙겨나가고 있다. 일부 대학은 사회 분위기를 틈타 의도적으로 폐교를 유도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의 맹점을 악용하여, 폐교가 되더라도 자신들의 또 다른 학교법인이나 법인체에 대학 재산을 귀속시킨다. 동일한 학교법인이라도 동부산대학처럼 산하 유치원 등이 있는 경우 대학은 폐교하여 교직원들을 당연 해고 처리하고, 완전 구조 조정형태로 재산만 승계하기도 한다. 대학사회 비판력 상실은 사회정의 회복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건전 비판력의 원천인 대학은 완전히 무장해제되었다. 부정의한 사회로의 획책을 꾸미는 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행해진 것이다. 비판을 통한 견제와 긴장이 없어야 교육 마파아로서 자신들의 사적인 욕심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돈만을 최고 가치로 숭배하는 맘몬주의의 급격한 확장은 우리 사회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예로부터 동양에선 이(利)를 추구하는 자는 소인배라 폄하하고, 특히 학문의 세계에서 이를 극도로 경계하였다. 하지만 이젠 대학에서도 창업 등 영리추구를 최대 목표로 하는 사업을 적극 부추기고 있다.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학문분야가 철저히 외면당하는 야만적인 집단으로 대학은 지탄 받고 있다. 자주적인 학생회는 부존하지만, 시장주의로서 이익을 옹호하는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창업동아리엔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대학이 직업전문학교 기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학을 대학답게 그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대학사회의 비판력 회복 없이는 개선될 수 없다. 대학사회는 더 이상 비판력 실종의 요인들을 방치해서는 아니 된다. 한국사회의 사회정의 회복도 대학사회 비판력 회복에서 비롯될 수 있다.(끝)

2024년 12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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