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교수논평2023-35]'노동조합의 진정한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3-11-27 10:52
조회
780

[교수논평]202010월 첫 발행을 시작으로 매월 1주와 3주에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기 발행되어 왔습니다. 2023년부터 [교수논평]은 이 시대의 사회 이슈와 교육 현안 등에 대해 전문 논평인들의 논평을 매주 월요일에 발간합니다.

  

노동조합의 진정한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박정원(상지대학교 명예교수)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경제적, 사회적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누가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권익을 지키고 키우는 것이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이나 노사관계법들이 보호해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노동관계법은 사용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해 제정됐고, 실제 운용에서도 그러하다. 사용자의 부당 불법행위임이 명확한데도 법원은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용자카르텔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30년 전 노동조합이 없던 시절, 필자는 교수협의회를 만든 죄(?)로 부당 해직돼 교수협의회 및 총학생회와 함께 1년에 걸친 철야 점거 농성을 한 적이 있다. 우리의 철야농성 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지역의 경찰과 검찰이 총동원됐다. 경찰은 도청하고 미행했으며, 검찰은 우리에게 집시법 위반, 명예훼손죄, 사립학교법 위반 등 갖가지 혐의를 붙여 쉴 새 없이 조사했다. 검찰에 출두하면 검사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설교를 듣는 굴욕을 맛보게 된다. 그래도 그때는 사학카르텔이 견고하지 않았던지 법정에서는 우리의 승리가 더 많았다. (그래도 사학재단의 뒤에는 언제나 교육부가 버티고 있어서, 비리재단을 정상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대법원 선고가 기다리고 있지만...)

 노동조합이 학교법인 또는 대학 본부와의 재판에서 승소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법률투쟁이 갖는 의미가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학카르텔이 존재하는 한, 피해자가 반드시 승소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강고한 현장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투쟁이며, 투쟁을 통해 성과를 쟁취해야 한다. 문서 행위를 통해 손쉽게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스마트노조가 되면 조직력과 활동성이 약화 될 수밖에 없다.

현장 투쟁은 매우 어려울 것 같지만, 이를 통해 얻는 것들이 많다. 유인물 배포와 피켓팅 같은 초보적 투쟁만 하더라도 그러하다. 매일 등()교 시간 또는 점심시간에 조합원들이 모여 동료 교수와 학생들에게 학내의 교권과 노동권 침해 상황이나 부당 노동행위, 사립학교법 위반 사항, 대학평의원회의 파행, 재정비리 의혹, 타 대학의 총장 직선제 등 여러 현안을 알리는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면 구성원들 사이에 학교의 문제점이 공유되고 학내에 우호적 여론이 조성된다. 학생들은 유인물 내용을 문의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게 된다. 정문 앞이나 본관 입구에서만 하는 것이 지루하면, 가끔은 출근하는 시청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해도 효과가 좋다. 학내에서 <노조 탄압 중단> <등록금 어디에 쓰나> <인사비리 척결> <총장 직선세 쟁취> <대학평의원회 민주화> 등 간단한 구호를 적은 리본을 달아도 좋다. 총장실이나 이사장실 항의 방문을 병행해도 효과적이다. 설혹 성사되지 않더라도, 총장과 이사장에게 상당한 압박이 된다. 투쟁이 시작되면 조합원 간 동지 의식과 연대감이 크게 강화된다. 지부와 본조의 법률 자문 등 지원도 받게 된다.

 노조 활동을 원활하게 하려면 사무실 확보가 필수적이고, 학내에 노조 전용 게시판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전용 게시판 설치를 학교 본부에 요구해야 한다. 게시판에는 본조와 지부 및 지회의 활동과 교육부의 주요한 교육정책, 민주노총의 활동도 소개하고 학내외의 여러 가지 사건·사고 등을 정리한 대자보를 부착하여 구성원들에게 조합 활동을 홍보할 수 있다.

 현장 투쟁의 높은 단계로는 교육부와 노동부 항의 방문, 학내외 집회, 점거(철야) 농성, 단식농성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사학 운영자들은 자신들의 대학 운영 비리나 횡포가 감독기관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교육부 앞 기자회견이나 시위로 인해 대학이 당장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무마하는 데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맘에 들지도 않는 교피아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교육부 관리들이 이런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느낌을 줄 때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우리 편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여튼 감독기관 항의 방문은 효과가 제법 크다.

또 다른 강력한 현장 투쟁은 학내외 집회이다. 아주 효과가 큰 투쟁방식으로서 사전에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조합원의 참여율이 높아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교수들은 집회에 익숙하지 못하므로 사전에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집회 진행 요령, 구호를 외치는 방법, 투쟁가 부르기, 피켓과 유인물 및 확성기 준비, 대오를 지어 학내 행진하기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지만, 한 번만 실행해 보면 그다음부터는 아주 쉽다. 교수노조 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위력적이며, 수업에 방해가 안 되는 시간과 장소를 잘 선택해서 진행해야 한다. 집회 전, 중앙과 지역 언론에 연락하여 취재를 요청해야 하며, 본조와 지부 및 연대 단체에 연대사나 격려사 요청을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투쟁방식은 농성이다. 교수협의회 시절엔 본관이나 강의실을 점거하고 농성했지만, 노조는 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도록 점거보다는 본부나 교수회관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것이 좋다. 농성은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에 마치는 방식도 있고, 철야를 할 수도 있다. 농성을 시작하면 외부에서 지지자들이 격려 방문을 오기도 하고, 언론 역시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성에 들어가는 이유와 논리를 세워 언론에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각자 자신의 연구실에서 밤새 불을 켜놓고 퇴근하지 않는 방식도 활용 가능한 방법이다.

최고 단계의 투쟁은 단식투쟁이다. 목숨을 걸고 하는 투쟁이므로 함부로 돌입할 수 없고, 모든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결단한다.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과 지도를 받아서 단식으로 인해 건강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 일단 단식을 시작하면 소기의 성과 없이 그칠 수가 없으므로, 돌입하기 전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현장 투쟁은 중재 과정과 재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투쟁을 통해 좋은 결과를 쟁취할 경우, 자신감과 성취감이 높아져 조합원 수가 증가하고 조합의 위상이 높아진다. 아울러 학교 당국자들의 기를 꺾는 효과가 있다. 조합원들의 일사불란한 투쟁을 목격한 법인이나 본부 보직자들은 노조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큰 수확이다. 노조의 활동은 많은 경우 변호사나 노무사의 조언과 자문이 필요하겠지만, 과도한 법률의존은 노조를 유약하게 만든다. 명심하자. 우리는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답게 투쟁으로 우리의 힘을 기르고, 투쟁으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하자! <>

 

 2023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