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사 2

일반
작성자
김치문
작성일
2004-11-09 19:00
조회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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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 2

- 서원(誓願)





어둠에 취해 제 빛을 감춘 단풍잎은

찬바람에 머리 조아리며 졸고 있고

만인의 서원(誓願)처럼 결코 잠들 수 없는

밤하늘 별빛만이 내 눈에 쏟아져

유리알처럼 아프게 부서진다



저마다의 바램실은

구곡간장 외마디 기도소리는

깊은 산 넓은 하늘 구천을 울리는데,



내 묻나니,

'서럽도록 붉디붉어,처연하게도 곱디고운 단풍아!

사시사철 놔두고서 한철만 붉어서 무엇에 쓰겠니?

어둠없을 때만 붉어서는 어디에다 쓰겠니?'



단풍이 바람에 머리를 설레며 하는 말,

'아녀 아녀요. 그건 당신이 잘못 본 거예요.

잠시도 쉬지않고, 사시사철 붉은마음 고이고이 키워서

사람들이 좋아할 시절에 보여주는 것이예요.

어둡다고 옥석(玉石) 가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 흠을 모르고는 밤을 탓하는 따름이예요.'



내 다시 묻나니,

'불성(佛性)가진 뭇 중생들이여!

모두의 소원이뤄 내 소원 이뤄지는

진정 대승(大乘)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감히 스스로,

초발심(初發心) 다시 새겨

크게 원(願) 세워 엎드려 내 간절히 비옵건데,



南無 '노동자' 보살 마하살

南無 '농민' 보살 마하살

南無 '땀흘려 일하는 모든 사람들' 보살 마하살





* 04. 11.06. 구인사에서.

다가올 13- 14일 노동자.농민대회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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