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 논리의 부당성

일반
작성자
김석호
작성일
2004-10-22 18:00
조회
2002
수도이전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 논리의 부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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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을 전공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 법적 관점에서 보기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나 수도이전 자체에 대한 찬반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은 수도이전을 둘러싼 단순한 정책적 관점이나 경제적 관점을 떠나서 중대한 법적․논리적 문제를 제기하였다.

즉 성문법 국가인 한국의 헌정사상 최초로 “관습헌법”을 인정하고 이를 근거로 국회의 절대다수에 의해 제정된 법률을 무효화시켰다는 점이 그러한 것이다.





(2) 헌재의 다수 의견의 논리를 요약하자면,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이다”라는 문구가 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오랜 관습에 의해 헌법에 명시된 것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고(관습헌법으로 인정),



그러므로 이러한 규정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3) 그러나 이의 문제점은 수도이전의 가능 여부를 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도 다음과 같은 부당한 점이 지적될 수 있다.



1) 첫째, 법이라고 한다면 법으로서 明文化되거나(成文法), 만약 명문화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국민이 그것을 위반해서는 안된다고 인식되는 것이어야 한다(관습법).



그런데 한국의 수도 문제에 대해서 보자.

우선 우리 헌법에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문상의 규정을 두고있지 않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한국의 수도는 서울인가 ?

우선 헌법재판소는 수도라는 개념을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라는 정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기능 중 필수적으로 수도에 있어야 하는 기관으로 대통령과 국회를 거론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행정기관의 소재에 따라 수도가 정해질 뿐 문화․경제 등의 요소들은 이에 직접적인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정의에 의하자면, 현실적으로 한국의 수도가 서울임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국회와 대통령이 서울에 있고 또한 대부분의 헌법기관 및 주요 행정부처가 여전히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한 사실이 관습법으로서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국민이 그것에 위반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을 확립한 것이어야 한다. 단순한 사실만으로 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수도가 서울이'라는 단순한 사실과 '반드시 수도가 서울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식간에 차이가 있게된다.



현실적으로 ‘서울이 수도’라고 하여 과연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곳이 수도가 되어서는 안되며 반드시 서울이 수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이다.



비록 현재 노무현 정부의 수도이전계획에 결사반대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수도가 반드시 서울이어야 하며 서울 이외에 그 어떤 곳도 수도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수도의 정의에서 경제적,문화적 요소의 고려를 제외할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관의 다수는 상당기간 동안 수도가 서울이었고 현재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만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도는 반드시 서울이어야하며 그 이외의 곳이 수도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자의적으로 논리를 비약한 것이다.





2) 둘째, 관습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이러한 ‘법적 확신’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헌법재판관의 다수는 역사적 사실을 갖다 부쳤다. 그러나 그러한 것도 논리에 맞지 않았다.



먼저,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인 것은, 서울이라는 명칭의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은 서울일 수 밖에 없고 서울을 제외한 그 어느 곳도 서울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이는 '서울'이라는 것과 '수도'라는 것이 분명 상이한 것임을 혼돈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또한 서울이라는 명칭은 원래 ‘서라벌’이라는 명칭에서 온 것임을 간과한 것이다.

서울 이라는 명칭은 지금의 경주인 서라벌에서 지금의 서울의 명칭으로 옮겨진 것이고 이에 따르면 또 다른 곳이 서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그 다음, “고려시대에는 서울이 남경이었고, 경국대전에는 한성부가 경도(京都) 즉 서울을 관장한다고 명시하여 한성의 수도로서의 지위를 법상 분명히 하였다”고 한다.



이는 고려시대엔 서울이 南京이었을 뿐 수도가 아니었음을 스스로 자인하고 있는 것이고, 또한 경국대전은 조선시대의 법전일 뿐이다.

따라서 조선시대 이전에는 서울이 수도가 아니었음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또한 경국대전에서 수도가 서울이라고 규정했다가 그 후의 헌법에서 이러한 규정을 삭제했다면, 이는 서울이 반드시 수도이어야 한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서울 이외의 도시도 수도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한 논리일 것이다.





3) 셋째, 관습법이 주축을 이루는 英美국가와는 달리 성문법이 주축을 이루는 한국에서는 설령 관습법의 존재가 부인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성문법과 동일한 지위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특히 그 수정의 난이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관의 다수는 관습헌법을 수정하기 위해서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이행해야한다고 하였다.

서울이 수도라는 것이 과연 불문헌법인 지 자체도 의심스럽지만, 이의 수정을 위해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한 것은 엄청나게 부당한 것이다.



관습이란 원래 그와 다른 관습이 형성될 때 자동적으로 수정되는 것이다. 이를 환언하자면 국민들의 법의식이 바뀌었는 지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면 이전의 관습은 자동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절대다수가 수도이전에 찬성했다면 관습의 변경이 인지되는 것이고, 굳이 이를 의도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하더라도 이는 국민들의 의식을 묻는 것(즉 국민투표) 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헌재재판관의 다수는 국회의 절대다수의 의사를 일체 부정하였을 뿐만아니라 성문헌법의 개정을 어렵게 하기 위해 마련한 개정절차를 이행하도록 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즉 단순히 국민투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의원 재적 2/3 이상의 찬성을 얻은 다음, 국민투표에 회부하여 투표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되어있는 성문헌법 개정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함으로서 관습법에 대해 성문법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였고,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정한 헌법제정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제멋대로 새로운 헌법규정을 제정했다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200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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