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산별노조 전환 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일반
작성자
화섬 혁신
작성일
2004-10-22 17:00
조회
2047
11월 25일 산별노조 전환 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 현장의 힘으로 올바른 산별노조를 건설합시다! -





1.‘2004년 10월 산별 건설’이라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은 폐기되었습니다!



화섬연맹은 지난 2000년 통합연맹을 건설하면서 [2005년 화섬산별노조 건설]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산별건설 시기를 2003년 2월로 앞당기는 결정(2001.2월 대의원대회)을 하면서 산별노조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그간의 산별노조 추진과정을 보면, 어떠한 조건, 기준도 일관되지 못했다.

처음에는 조합원의 2/3 이상의 전환을 조건으로 산별노조를 추진하겠다고 장담(2002년 11월 임시대대 결정사항)했다가, 실제 2003년 시점에 이르자, 산별노조 건설의 대중적 결의에 대한 위의 조건을 삭제(2003년 2월 정기대대 결정사항)했다. 또한 실제 전환시기를 검토하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2004년 2월(혹은 10월 조합원 과반수나 조직의 2/3 이상 결의되지 않으면 04년 10월에 건설한다.

) 산별건설(2003년 10월 임시대대 결정사항)로 연기하더니, 급기야 올 2월에는 ‘상반기 공동투쟁의 성과를 모아 10월에 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것을 결정했다(2004년 2월 정기대대 결정사항). 그리고 연맹 내의 조합원 대비 31% 가량이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했다. 이미 3번이나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맹차원에서는 진지한 평가 없이 일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번복해왔다. 그러나 결국 2004년 10월 현재 연맹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 마저도 집행되지 못했다. 따라서 2004년 10월 건설에 대한 결정은 폐기되었다!





2. 왜 10월 산별노조 건설은 실패했는가?



이처럼 연맹 대대회를 통해 산별 건설에 대한 시점이 계속 번복되는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맹은 산별 추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분석을 제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연맹 대대회의 결정이 집행되지 못한 것은 다음과 같은 원인에 있다.



첫째, 일정박기, 성과주의식의 산별노조 추진과정

연맹은 산별노조 건설의 원칙으로 ‘간부 의지를 통한 대중적 사업 전개/ 산별과 결합한 일상적 공동사업/ 산별에 대한 현장토론’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주객관적인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연맹은 일단 결정한 사항이니까, 지금 미진하면 몇 개월 뒤로 미루자는 발상으로 산별노조를 추진해왔다. 그것은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현장교육과 간담회 등의 과정에서 볼 수 있다. 산별노조의 장점만을 소개하고 당연히 산별로 가야한다는 식의 교육내용이 주를 이뤘고 산별전환 투표에서 부결되면 대공장 이기주의 혹은 자본의 방해공작만을 이유로 둘러댔다. 특히 산별노조로 가는 과정에서 추진한 사업과 투쟁들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었다. 단지 잘 안된 것들이 보고되었을 뿐이다.



둘째, 민주노조운동의 투쟁 성과를 역사적으로 계승하지 못한 무늬만 ‘공동투쟁’, 비정규직 사업

현재 연맹의 공투는 ‘시기집중’전략이 최대치였다. 작년에도 각 지역에 지부(준)의 공투를 통한 산별건설을 장담했지만, 공동투쟁, 연대투쟁을 전개한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이미 금속과 화섬, 공공과 기타 산업을 망라한 지역연대투쟁의 기풍이 있는 곳들은 자신들의 사업을 했을 뿐이다.

게다가 올해 2004년은 여수산단의 공투본에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시기집중 공투마저 실패했다. 시기만 집중한다고 해서 요구안의 핵심들이 관철되거나 진정한 공동의 파업투쟁을 통한 성과라는 것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 상반기 투쟁과정에서 드러났다. 오히려 코오롱, 금강화섬의 구조조정 저지투쟁,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투쟁 등에 대해서 지지 엄호는커녕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집중시키는 연맹의 역할조차 부족했다. 현장 대중들의 인식의 확대와 공투 사업과정이 부재했다.



셋째, 자본의 위기를 노동운동의 위기로 동일시한 정세인식의 오류

연맹에서는 자본의 위기를 노동운동의 위기와 동일시하며, 산별노조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산별건설 시기를 앞당겼다. 자본이 점점 자본축적을 확대시키기 위해, 그리고 과잉생산으로 인한 위기의 심화를 노동자에 대한 고통의 전가방식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연맹은 현장통제와 노동유연화(비정규직 확대) 및 구조조정 공세를 돌파해야 하는 과제를 노동운동의 위기로 곧바로 등치시키면서 산별로 시급히 전환하면 뭔가 해결될 것처럼 사고했다. 그러나 자본의 위기는 노동자의 투쟁으로 돌파해야 진정한 노동자 해방 세상은 앞당겨질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산별노조에 대한 이해의 부족

산별노조는 산업별, 직업별 이해를 대변하는 대중조직이 아니다. 산별노조는 숙련노동자와 미숙련, 실업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막론하고 노동자들이 최대한 단결하여 투쟁할 수 있는 대중조직이다. 따라서 산업별 혹은 업종별 구획 자체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특히 금속노조나 보건의료노조가 산별건설 이후 산별교섭의 성사를 주요 기준으로 활동한 나머지 실제 현장투쟁이 간과되고 있는 문제, 즉 현재 산별노조의 한계나 단점에 대한 보완방안 등 구체적인 검토와 논의조차 이루지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실제 그런 관료주의화나 현장 파업권, 조직력 등의 문제에 대한 제기가 있는데도 말이다.



다섯째, 노사(정) 협조주의에 기반한 산별교섭주의 노동전략의 한계

이러한 전반적인 인식과 추진과정의 오류들은 근본적으로는 노동조합운동의 전망과 투쟁전략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요구한다. 현재와 같이 산별노조의 장단점과 폐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이 건설되는 산별노조는 노사협조와 산별차원의 양보교섭, 그리고 산별노조의 개량주의화를 앞당길 뿐이다.





3. 늦었다고 실을 바늘허리에 꿰어 쓸 수 없지 않은가?



이미 10월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연맹사업은 실패했지만 지난 10월 12일 중앙위에서 연맹은 ‘11월 25일 산별노조 창립’을 안으로 결정했다. 그 근거는 지난 대대회의 결정사항과 번안동의는 2/3이라는 절차였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한 바대로, 이미 연맹 대대회의 결정사항인 10월 산별건설은 폐기되었다. 그러므로 중앙위는 새로운 안을 제출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 수없이 변경된 연맹의 결정사항들이 왜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번복되었는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제대로 된 산별노조와 산별투쟁계획을 제출하는 것이 지금 더욱 중요하다. 자본의 공격은 그만큼 전면적이고 공세적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 11월 산별노조를 건설할 조건이 매우 불충분하다.

-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결의의 정도가 미약하다. 그것이 산별전환 부결(심지어 두 번 부결되기도)로 반영되기도 했다.

- 산별추진 사업으로서 공투와 연맹의 지도 실패

-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공투의 실패를 무조건 기업별 노조의 한계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미 기업별 노조 하에서지만 민주노조운동은 전국적인 총연맹과 산별연맹, 지역들을 축으로 한 투쟁과 틀이 있었기 때문이다.



2) 이대로 산별노조를 건설하게 되면 연맹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 화섬산별노조와 화섬연맹의 지도력은 내용적으로는 소통해야 하지만 형식적으로 강제적으로 일원화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역단위에서는 산별노조 지역지부와 연맹 지역본부가 혼재한 나머지 산별노조의 사업과 연맹의 사업에 있어서 관장력과 지역에서의 수평적 소통의 문제가 남게 된다. 그렇다고 지역적 혼란을 단순히 미전환노조의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 탓으로만 돌려 강압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3) 특히 현 화섬산별노조 운영(규약)안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 현장조직력의 핵심이고 노동조합의 관료주의와 개량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현장단위 지회의 교섭권과 체결권이 없다. 교섭의 힘도 현장 투쟁력과 조직력을 기반으로 강화될 수 있는 것인데 현장에서 현안문제에 대해서 투쟁할 수 없는 노동조합이 자본과의 대응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이는 지금까지 그나마 존재했던 작업장의 투쟁권한이나 작업중지권 등의 현장투쟁 성과와 운영방식보다 훨씬 후퇴된 것이다.

- 사업의 핵심인 재정분배에 있어서도 본조를 중심으로 재정집중 방식(본조:지부:지회 4:2:4)으로 실제 현장 지회의 재정- 사업권한이 많이 축소되게 된다(이는 애초의 3:2:5안이나 타 산별노조의 분배안 보다 후퇴한 것이다).

- 산별노조가 건설되어 본조의 사업과 정책에 집중되면서 생기는 현장공동화에 대한 대책이 없다. 실제 보건의료노조나 금속노조의 경우 잘나가는 현장투쟁력과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별노조 건설 이후 본조로 모든 권한과 사업이 집중되면서 현장간부들은 수동화되고, 권한도 축소되어 현장공동화현상을 심하게 겪어 왔다. 이는 단순히 현장간부 훈련교육프로그램만으로 해결되지도 않는 문제다. 그렇게 때문에 또한 산별노조의 관료주의화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같이 강구되어야 한다.



4) 산별노조의 ‘질 높은’ 투쟁과 사업계획이 불명확하다.

특히 산별교섭주의자들이 아닌 이상, 투쟁하는 산별노조를 진정으로 건설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현 시기의 투쟁과제와 산별노조의 원년 투쟁사업계획이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 형식을 넘어선 실제 현장의 힘으로 강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산별노조 건설(과 추진)은 투쟁이라는 내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핵심적으로는 앞에서도 지적해온 공투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문제를 극복하는 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서 연맹이 그동안 강조해온 산별노조를 통한 조직율(규모) 확대는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주요하다.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사업에 대한 그간의 연맹의 평가와 모범 사례발굴과 더불어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사업계획이 분명하게 제기되어야 한다.





4. 제대로 된 산별노조 건설투쟁! 현 시기 노동자 투쟁에 앞장서자!

- 원칙을 잊지 말고 현실에 적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돌파하자!



특히 산별의 필요성과 계획에서 강조되어 논의해야 할 점들은, 현장단위 토론과 교육에서도 많이 문제제기 되고 있는 것처럼, 산별이 중앙지도부가 혹시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우경화될 경우, 지도력을 어떻게 견제, 바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방안, 그리고 산별의 교섭 권한만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투쟁(기조)과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한 풍부한 토론이 되어야 한다. 즉 기존의 공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나 비정규직이 많아져서 이를 포괄하는 산별의 당위성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투가 어떤 점에서 어려웠는지 혹은 어떤 공투의 의미를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정규직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방향을 잡고 있는지를 고민해야지 비정규직을 조직대상으로 포괄한다고 해서 단순히 조직율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산별 전환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결과적으로 보더라도 산별 교섭의 쟁취와 사용자들의 산별단체 구성과 산별협약의 이행을 강제시키는 문제와도 연동되기 때문이다. 즉 산별교섭과 산별협약이 성사되더라도 그것이 현장투쟁을 역으로 제약하거나 자본가들이 이행하지 않는 기업별 협약에서 종이조각처럼 말뿐인 협약이 된다면 더 이상 조직발전만 갖고서 무얼 고민할 수 있겠는가?

정말 전체 노동자들이 산별, 전국적 수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온갖 차별철폐 투쟁을 결의하고 있는 산별노조를 구상하는 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어떻게 결의해갈 것인가의 초점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일정박기 식의 공동 강사단을 구성한 조합원과 간부 교육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학교인 파업, 현 시기 투쟁을 확산시키면서 진짜 공동투쟁을 조직해가는 성과로서 산별노조는 추진되어야 한다. 혁신모임도 투쟁하는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이에 혁신모임은 현 시기 산별노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요구와 입장을 제출한다.

- 실질적인 연대 없이 추진해온 11월 화섬산업노조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 산별노조의 준비정도가 공투와 지부(준) 사업 등에서 미흡하다. 특히 타 산별노조에 비추어볼 때 폐해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검토와 현장 공유가 필요하다.

- 산별노조 건설 이후의 사업과 투쟁에 대한 분명한 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 현 시기 전개되고 있는 구조조정 대응 투쟁, 특히 풀무원을 비롯한 화섬과 전국적 투쟁들에 대한 강고한 연대와 결합이 하반기 투쟁계획으로 결의되어야 한다.

- 산별노조 추진과 과정으로서 투쟁에 대해 현장에서 대중적인 평가를 수행하자. 적어도 올 하반기 투쟁과 내년 공동투쟁을 지금부터 결의하고 계획하여 그 성과에 바탕하여 산별노조 건설 계획을 다시 결의할 것을 요구한다.

2004년 10월 21일

화섬연맹의 혁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임(혁신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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