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국 / 신동엽 님

일반
작성자
김치문
작성일
2004-08-27 23:00
조회
1935


祖 國













화창한



가을, 코스모스 아스팔트가에 몰려나와



눈먼 깃발 흔든 건



우리가 아니다



조국아, 우리는 여기 이렇게 금강 연변



무를 다듬고 있지 않은가.





신록 피는 오월



서부사람들의 은행 소리에 홀려



조국의 이름 들고 진주코걸이 얻으러 다닌 건



우리가 아니다



조국아, 우리는 여기 이렇게



꿋꿋한 설악처럼 하늘을 보며 누워 있지 않은가.





무더운 여름



불쌍한 원주민에게 총 쏘러 간 건



우리가 아니다.



조국아, 우리는 여기 이렇게



쓸쓸한 간이역 신문을 들추며



비통 삼키고 있지 않은가.





그 멀고 어두운 겨울날



이방인들이 대포 끌고 와



강산의 이마 금그어 놓았을 때도



그 벽 핑계삼아 딴 나라 차렸던 건



우리가 아니다



조국아, 우리는 꽃피는 남북평야에서



주림 참으며 말없이



밭을 갈고 있지 않은가.





조국아



한번도 우리는 우리의 심장



남의 발톱에 주어본 적



없었나니



슬기로운 심장이여,



물 속 흐르는 맑은 강물이여.



한번도 우리는 저 높은 탑 위 왕래하는



아우성 소리에 휩쓸려본 적



없었나니,





껍질은,



껍질끼리 싸우다 저희끼리



춤추며 흘러간다.





비오는 오후



뻐스 속서 마주쳤던



서러운 눈동자여, 우리들의 가슴 깊은 자리 흐르고 있는



맑은 강물, 조국이여.



돌 속의 하늘이여.



우리는 역사의 그늘



소리없이 뜨개질하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나니.





조국아,



강산의 돌 속 쪼개고 흐르는 깊은 강물, 조국아.



우리는 임진강변에서도 기다리고 있나니, 말없이



총기로 더럽혀진 땅을 빨래질하며



샘물같은 동방의 눈빛을 키우고 있나니.







<月刊文學. 1969년 6월호> 서시







* 조국의 하나됨을 가로막아...



민족과 국토와 사상과 양심.. 하여 사람까지 둘로 나누어,



피와 눈물과 대립으로 범벅된 야만의 20세기 한반도를 지탱했던,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철페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