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합의 10장2조 폐기를 위한 조건부 탈퇴 결의에 즈음한 서울대병원지부의 입장

서울대병원지부는 13일간의 산별총파업과 30여 일간의 지부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7월 27일부터 3일간 보건의료노조 조건부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여 89.9%의 찬성율로

가결되었습니다.

우리 지부의 결정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산별협약 제10장 <협약의 효력> 2조와 관련하여, 보건의료노조가 이

조항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공식 의결기관을 통해 차기년도

단체교섭에서 이를 삭제키로 결의하지 않는 한,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고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변경한다.



산별협약 10장 (협약의 효력)

1) 산별교섭 합의내용을 이유로 기존 지부 단체협약과 노동조건을

저하시킬수없다

2) 단, 제9장(임금).제3장(노동시간단축),제5조(연월차휴가 및

연차수당)제6조(생리휴가)는 지부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 동 협약시행과 동시에 지부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한다.



우리는 ‘탈퇴’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대병원지부는

1988년 전국병원노동조합연맹과 1998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창립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왔으며, 산별창립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활동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지부의 바램은 ‘올바른 산별노조’를 세우는 것이기에,

보건의료노조 집행부와 모든 조직에게 호소합니다. 산별교섭

노사합의서 제10장 2조는 차기 단체교섭에서라도 이를 삭제한다는

결의가 되야 보건의료노조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산별협약 10장 2조는

단순히 미흡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성격상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산별노조는 사회적 최저 노동조건을 상향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 그 본질적 목표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노동조건의 상향적

통일의 원칙이 아닌 하향적 통일을 강요하면서, 노동자간 단결 대신

분열을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사업장별 노동조건의 격차는

상당하며, 이는 점진적, 상향적으로 통일되어 나가야합니다. 안 그러면

노동조건이 좋은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간의 갈등이 생기고,

투쟁력이 있는 사업장 조합원일수록 산별투쟁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면 교섭이 투쟁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산별노조 상층의 정치력과 교섭력에 의존하는 노사관행이 정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10장 2조는 상층 중심의 관료화된 산별노조로 만드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별노조의 큰 위험 중의 하나가 산별노조의 일부

상층 간부들이 사용자들 및 정부(노동부)와 적당히 밀착하여

조합원들의 건강한 문제제기와 현장 투쟁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이번 서울대병원지부의 투쟁과정에도 이런 우려는 드러났습니다.

서울대병원 사측은 10장 2조를 이유로 일체의 교섭을 거부하며,

지부에서 진행하는 파업이 불법이고, 본조간부와 지부교섭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본조 집행부는 분명한 대응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민주노동당중앙위에서 ‘서울대병원지부투쟁지지를 위한

특별결의’를 할 때 본조 간부들이 나서서 반대하였고, 10장2조 삭제를

요구한다고 장기투쟁에 따른 생계비와 투쟁지원 요청마저

거절하였습니다. 더군다나 본조가 민주노동당에 보낸 공문에서

드러나듯 산하 지부와 정당, 사회단체의 지원연대마저 차단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산별협약 10장 2조와 같은 조항이 근로조건 평준화나

산별협약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임금

인상율을 기본급2%로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은 근로조건 평준화나

산별협약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강신준 교수에 따르면(한겨레 8월2일자) 산별노조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높여내야지 대기업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데 그목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듯이, 지부교섭을 통해 그 기준보다 상회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합니다.



이러 이유로 우리 지부는 산별합의 제10장 2조가 문제가 있고, 내년에

이를 삭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산별노조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이미 다른

여러 지부들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고 4만 조합원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지부의 조건부 탈퇴는 기업별노조로 회귀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임시로 거쳐 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물론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44일간의 총파업 속에서 많은 노동조합과

정당 사회단체들의 연대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이는 올바른 연대투쟁의

원칙을 지키는 일에 함께 하는 동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서울대병원 지부는 민주노조의 원칙과 정도를

선택하려 합니다.

아울러 용기를 잃지 않고 힘차게 투쟁할 수 있도록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셨던 많은 단체들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지부 및 여러

동지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