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당신 좀 과(過)하네요!

일반
작성자
허영구
작성일
2004-07-03 10:00
조회
2256
이해찬 총리, 당신 좀 과(過)하네요!



"勞투쟁 過하다"고 , 盧투쟁이 過하죠!

지난 6월 30일 취임식에서 신임 이해찬 총리는 경제활력 회복과 실업난 완화를 위한 투자 활성화, 규제개혁,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 등을 핵심과제로 제시하였다. 특히 '대선자금 수사와 17대 총선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은 것은 가히 혁명적인 성과'라면서 '부패를 결코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공직자 모두가 이러한 정부혁신과 부패청산의 주체가 되어달라'고 강조하였다.



그런데 총리의 말이 귓가에서 멀어지기도 전인 만 하루만에 형식적으로 자신이 추천한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성균관대교수 임용청탁의혹사건에 휘말렸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장복심의원은 공천을 미끼로 당내주요 인사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자 취임식 날에는 그저 '상생의 노사관계'정도로 말했던 노동운동에 화살을 돌려 사진들의 부정과 비리를 물타기하려 하였다.



이 총리는 7월2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청특강에서 지금의 노사현장이 70년대와80년대 요구수준과 비교하면 이익분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쟁의양상이 과(過)하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고임금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인상투쟁을 비판하는 것이다. 하기야 노동운동의 지도자라는 사람들도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류의 이야기를 하고 다니니 총리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특히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총리자리까지 보장받은 이 총리로서는 대통령의 뜻을 읽고 알아서 말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집단이나 개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 이익이 경제활동에서 말하는 이익(profit), 즉 상법에 기초하여 일정기간 회사의 수입에서 비용을 공제한 잔액인 영업이익, 경상이익, 세후이익 등 좁은 범위만은 아니다. 노동조합 역시 조합원들의 이해와 이익을 위해 결성되었고 그를 추구한다. 그런 면에서 이익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익이 정당한 자기의 대가를 요구하면서 타인의 이익을 침해 또는 방해하는가 하는 점이다. 자본주의 한국사회의 계층간 불평등구조, 특히 노동과 자본간의 계급적 불평등구조는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권이나 자본은 물론이고 노동운동 내부에 있는 인사들조차도 계층간 차이, 그것도 노동계급 내 계층간 차이를 유난히 강조함으로써 계급간 억압착취구조와 차별을 무시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이익의 측면에서 보면 노동계급의 이익이라는 것은 고작해야 생존권 차원의 문제지만 자본계급의 경우는 그야말로 자본의 이윤축적이라는 목표가 분명하다. 따라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를 이익집단이라 부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익집단으로서의 노동자가 있다면 그는 자신도 월급쟁이라며 우기는 재벌총수(CEO) 등 위장된 노동자일 뿐이다. 이익을 위해 노동자가 된다! 세상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위해 노동자가 되려는 바보같은 사람도 있단 말인가?



이 총리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70-80년대에 비해 오늘날의 노동쟁의가 이익분쟁이 대부분이라 했다. 아마도 임금인상투쟁을 두고 한말 같은데 현재의 임금인상율이나 임금인상을 두고 벌이는 노동쟁의 건수를 비교하면 특히 80년대말과 90년대 초를 비교하면 지금은 임투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익분쟁 축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단체교섭 협약체결을 위한 교섭과정에서 쌍방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또는 이익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이익분쟁(interest dispute)이고 단체협약에서 경영자가 확보하고 있다고 믿는 권리와 노동조합이 획득했다고 생각하는 권리에 대한 해석 내지 집행상에 있어서의 차이에서 나오는 분쟁이 권리분쟁(rights dispute)」이라고 노동관계법이나 노사관계 교과서에 나와있다. 어디 가서 강의하려면 그런 용어쯤은 해당부처에 물어서 얘기하시라!



이렇게 볼 때 70-80년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하던 초기단계는 이익분쟁 중심이었고 그 이후가 오히려 권리분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체협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익분쟁과 권리분쟁은 동전의 양면처럼 순차적으로 계속된다. 그런데 이익분쟁이 대부분이라면 권리분쟁을 하라는 것인가? 아마 권리분쟁에 치중하면 당장 노동운동이 임금 등 근로조건을 넘어서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투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을 것이다. 별로 지적할 것도 없지만 이 총리는 "하투(夏鬪)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계의 (투쟁)전개양상이 과다하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하투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 물론 춘투(春鬪)도 나아가 추투(秋鬪)나 동투(冬鬪)도 그렇다.



정권이나 자본, 특히 자본언론들이 사시사철, 춘하추동 투쟁이라는 비난을 노동계에 퍼붙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말이다. 상반기 또는 봄에 시작하는 임투가 길어지는 경우거나 산업이나 업종의 특성에 따라서 하반기에 시작하는 임투의 경우 전체적으로 보면 1년 내내 임투가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총리의 지적과 달리 요즘은 이익분쟁보다는 권리분쟁이 특정한 시기없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노사관계에서 붙여진 춘투(春鬪)를 모방하고 이를 1년 내내 늘어뜨린 춘, 하, 추, 동투를 뒤집어씌운 것은 당신네들이다. 자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을 10만분의 1초의 생체리듬에 적용하도록 만들어 놓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사시사철'이 아니라 그들의 투쟁은 '시시각각'이거나 '찰나'수준이다. 이 총리, 당신 정말 알고 얘기했다면 過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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