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면 / 리종덕 님
일반
작성자
전 진
작성일
2004-06-16 15:00
조회
2936
참으로 어머니를 문득 만난다면
참으로 그날이 와서 통일이 와서
문득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아아, 너무도 억이 막혀
수수십년 새겨온 그 말들을 다 잊고
가슴 터지고 심장이 터지는 소리
다만 엄마- 하고 울릴게다
장에 갔던 어머니 늦어만 와도
엎어질 듯 달려가 안기던 목소리
하루만 떨어졌다 만나도
마냥 응석을 부리던 목소리
세밤 자고 오마고
외가에 간 어머니건만
까맣게 기다리던 그 세밤이
천번 만번 지나도록 못오신 어머니
칠순도 더 넘은 백발이련만
상기도 내 머릿속엔
아주까리 기름이 반드럽던
가리마 반듯한 그 까만 머리 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를 만나기 전엔 더 먹을 수 없는 이 나이옵고
이 아들을 보기 전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는 어머니려니
사랑은 쇠를 녹인다 하였거늘
이 아들과 어머니 사랑만이 아닌
온 겨레의 사랑이 합치면
분렬의 콩크리트 장벽을 어찌 못 허물랴
또 한층 높이 오르는
통일거리 건설장에서
새날을 맞으며
뜨겁게 새겨보는 마음
어머니와 이제 만난다면
나이도 세월도 다 잊고
헤여질 때의 그 나이로 되돌아가
어머니 치마폭에 안기리다
참으로 통일의 그날이 오면
막혔던 물목이 터지듯
내 겨레 내 민족이 합쳐지는 소리
삼천리를 그대로 흔들어 놓을게다
오오, 지열보다 뜨거운 통일의 환호성
땅도 하늘도 아닌 바로 내 가슴 속에서
엄마- 하고 터져
지구를 통째로 흔들어 놓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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