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교육부 관료의 '피난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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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수신문
작성일
2004-06-11 20:00
조회
2860
교수신문 / 2004년 06월 10일 허영수 기자



기자수첩-물의빚은 관료에게 교수자리라니

대학이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관료의 '피난처'인가.



지난 5일 교육부는 4월에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며느리를 서울대에 채용해 달라고 청탁해 물의를 빚었던 김정기 교육복지심의관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교육부가 김 심의관을 대학에 고용휴직시킬 계획을 추진한다는 데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김 심의관이 문제를 일으킨 데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본부에 대기발령을 희망했으며, 본인 의사에 따라 대학에 고용휴직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국장급 인사, 부총리 아들, 며느리가 연루된 일련의 청탁 사건에 대해 안 부총리의 공식적 사과도 없이, 징계위원회가 구성되지도 않은 채 '대기발령'으로 은근슬쩍 마무리된 것도 문제지만, 대학을 '바람막이'로 활용하려 하는 점은 눈총을 살만하다. 징계성 인사로 대기발령 받은 고위직 관료를 대학이 1∼2년간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떠맡아야하는 모양새다.



옮길 대학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된 관료의 '고용휴직'을 자연스레 거론하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알아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용휴직제도가 대학들의 교과과정상의 필요가 아니라, 교육부의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관료와 사학의 유착 가능성 등 고용휴직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엔 아랑곳없이, 흠결 있는 관료의 고용휴직을 고려하는 것부터 '대학 교육'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교육부의 인식수준을 반영한다.



더구나 김 심의관은 지난 2003년 NEIS 문제로 대기발령을 받은 후, 곧 모 대학에 고용휴직 형태로 초빙교수로 임용된 바 있는데, 이번 대기발령에서도 대학의 고용휴직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필요성을 느끼면, 대학은 그 이유를 만든다. 그만큼 교육부와 대학은 아직까지는 수직관계를 맺고 있다. 교육부가 언질을 주는 한, 대학들은 관료의 교육행정 경험에 후한 점수를 주며 교수자리를 만드는 게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대학이 관료의 '휴식처', 퇴직 관료의 '대기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학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 데에는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교육부의 껄끄러운 인사문제가 대학으로 越牆할 때마다 관료·사학에 대한 의혹어린 소문은 무성하게 번진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 ⓒ2004 Kyosu.net / Updated: 2004-06-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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