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박근혜식 진보, 보수관

일반
작성자
허영구
작성일
2004-06-01 20:00
조회
4359
노대통령, 박근혜식 진보, 보수관



노무현 대통령은 두달간의 칩거 이후 연세대 특강이라는 나들이를 했다. 그의 거침없는 표현은 탄핵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특히 진보와 보수에 대한 그의 정의에 대해 말들이 많다. 진보는 고치면서 살자는 것이고 보수는 무조건 바꾸지 말자고 하며 힘센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보수를 겨냥하여 조폭문화를 청산하고 정경유착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발끈하고 나섰다. 보수를 욕하면서 어찌 통합을 말하는가, 국가보안법 폐지나 공산주의 허용반대외에 보수가 가로막은 게 뭐냐며 자신들은 진보(?) 적인 보수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보수와 진보는 정반대개념이 아니라는 정의도 덧붙였다. 박근혜씨는 성장과 자유를 보수로, 분배와 평등을 진보로 보고 그 둘 관계는 함께 중요하므로 반대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배와 평등을 위해서는 성장과 자유가 우선이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와 관련해서 보면 성장과 자유경쟁체제의 중요성을 우선에 두는 관점으로 보면 명백하게 체제 유지의 태도인 보수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참여와 개혁으로 포장된 노무현식 '고치면서 살자'는 것이 꼭 진보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체제와 관련하여 노무현식 진보가 근본적 변화와 관련된 아무런 대안이나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본주의 성장론에 근거하고 자본주의 세계체제인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더욱 촉진하고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그는 보수임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박근혜는 보수고, 열린우리당을 대표하는 노무현은 진보라는 허구의 논리가 일반화되고 있음은 아이러니다. 4.15 총선전 열린우리당의 바람이 한창일 때 어떤 설문조사는 민주노동당 보다 열린우리당이 훨씬 더 진보정당이라는 응답이 나온 것이 바로 체제와 관련된 보수와 진보로 구분되지 않은 문제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의 차이가 보수와 진보로 잘못 알려지는 것은 상업적 이데올로기를 토대로 한 미디어의 오류이기도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 즉, 자본주의체제 이외에는 금기시된 논쟁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적 사회주의체제를 이상으로 내건 민주노동당이 이러한 논쟁의 새로운 주역으로 나설 때가 되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보수와 진보 논쟁을 한다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다. 민주노동당과 나머지 보수정당 전체가 진보와 보수논쟁을 벌여야 할 때다.



노무현식 보수는 단순히 고치지 않는 것,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는데 이는 체제의 측면에서 보수를 잘못이해하고 있다. 오늘날 급진주의를 함축하고 있는 보수주의는 철학적 보수주의, 신보수주의,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를 과격하고도 폭력적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 불평등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우파로 불렸던 법 앞의 평등을 고수하는 자유주의적 불평등주의적인 모두 보수정당들은 이제 극단적인 반평등주의, 즉 성장후분배라는 해괴망측한 논리(성장할 동안 민중들은 다 굶어죽고 없다.)를 내세워 극우의 길을 걷고 있다. 그것은 급진적 변화다. 변화하지 않으려는 것이 보수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을 고수하는 진보가 '진부'한 모습으로 변하지 않으려 하는지 모른다.



노베르트 보비오가 「좌파냐 우파냐」라는 저서에서 말한 평등지향의 좌파와 불평등 지향의 우파에서 볼 때 박근혜는 우파다. 그렇다고 평등의 개념없이 변화와 개혁만을 외치는 노무현을 진보라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오류다. 핏초르느식으로 평등과 불평등 대신 '포함'과 '배제'로 설명하더라도 노동배제적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진보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평등은 사회재(social goods)기 때문에 진보다. 노무현, 박근혜는 둘다 개인재(individual goods)를 추구하는 자유인이므로 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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