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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연구자연대 4차 시국선언] 인공지능 시대 혁신적 고등교육 전략수립과 대학균형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작성자
교수노조 관리자
작성일
2025-05-29 10:24
조회
150

인공지능 시대 혁신적 고등교육 전략수립과 대학균형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분야의 국가 경쟁은 매우 역동적이며,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을 넘어 경제, 안보, 사회 전반에 걸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것으로 각국은 자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새 정부를 위한 정책으로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발전 공약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투자 수백조 원 시대를 약속하는 이 공약들은 인공지능 분야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STEM)을 강화하고, 지역별 거점 대학에 인공지능 단과대학을 설립하고 석·박사급 전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우리는 이 정책을 환영합니다.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대규모 집중 투자는 혁신 성장의 길을 열어 미래지향적인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인공지능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은 공학 기술을 넘어 인문학, 사회과학, 기초과학의 균형 있는 성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적 공공 고등교육 시스템을 필요로 합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성공 사례는 첨단 기술과 언어학 등 기초 학문의 깊이 있는 통찰이 결합될 때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미래 인공지능 기술의 진정한 혁신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학문 간의 융합과 조화로운 성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는 수도권 일극집중 속에서 지역이 소멸하고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전반적으로 침식되는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대학의 다(多)중심적 발전, 학문의 균형발전을 통해 인공지능산업은 물론, 국가경제 및 문화적 경쟁력의 기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OECD 최하위 수준의 재정 지원으로 고등교육을 외면해 왔으며, 그 결과 고등교육 생태계는 황폐화되었습니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선진국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고 심지어 국내의 초·중등 교육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형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청년층(25-34세) 석·박사 비율은 선진국의 5분의 1인 3%에 불과하여, 미래를 위한 혁신 인재 양성에 실패하고 국가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창의적·민주적·공공적 학문발전을 위한 고등교육 생태계의 종합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은 산업 구조, 노동시장, 일상생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생태계의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우리 고등교육의 교육 목표를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것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협업 및 소통 능력, 데이터 리터러시, 적응성 및 회복탄력성 등을 핵심 교육 목표로 설정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또한 강조되어야 합니다.

고등교육이 단순한 직업훈련기관이 아니라, 전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과 창의성 및 개성, 그리고 디지털 시민역량을 계발하여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혁신적으로 갖춰 나가야 합니다. 고등교육에서 다양한 학문의 균형발전과 융합이야말로 인공지능 산업의 성패와 본질적 경쟁력를 좌우할 필수 요건입니다. 기존의 교육이 추구해온 단편적 지식과 기술의 습득과 축적은 이제 부차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과 보다 체계화된 시민 교육과 디지털 교육을 통해 민주 사회에 어울리는 디지털 가치와 규범을 갖추고 전지구적 과제를 제대로 해결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야기할 수 있는 노동·복지·민주주의의 위기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술 발전의 성과를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혁명에 대한 공공적·민주적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와 교육 또한 매우 절실합니다.

 

글로벌 광역 지역대학연합체로 선진적인 다중심적 고등교육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거점 국립대와 지역 국공립대, 우수 사립대 등으로 구성되는 광역 혹은 초광역 단위 지역대학연합체가 대학 간 경계를 허물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고등교육의 수도권 일극 집중을 해소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의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인문학, 사회과학, 기초과학의 고른 발전 위에서 각 지역별 특성화를 추진하고 융합학문을 꽃피우는 다중심적 고등교육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립대학법을 제정하여 국립대학의 공공적 위상 및 자율성을 보장하고 정부의 충분한 재정지원과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인구절벽 시대에, 사립학교법 개정 등 교육 법제를 혁신하여 사립대학을 공공적, 민주적으로 구조전환하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권을 보장함과 아울러 대학이 평생고등교육 및 시민교육 등 지역 시민사회 발전의 허브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기초학문과 첨단분야 연구, 대학원에 대한 혁신과 집중투자가 필요합니다.

기초학문과 첨단 분야의 연구를 책임질 수 있도록 전국의 다원적 대학 거점들에 대한 혁신과 집중 투자가 필요합니다. 대학은 혁신 인재를 양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공간입니다. 석사, 박사, 박사후연구원, 교수 등으로 구성되는 학술 생태계 내에서 다양하고 세계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안정적으로 재생산하는 탄탄한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핵심 분야의 전문 인력을 키울 대학원 역시 학문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선진국과 같이 대학원생들에 대한 등록금 지원 및 생활 장려금 지급제도를 확대하여 우수한 인재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학문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 기본교육을 위해 고등교육을 단계적으로 무상화해야 합니다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지방 국립대와 전문대, 그리고 지방 사립대 등을 단계적으로 무상화하여 모든 국민이 경제적 부담 없이 대학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국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면서도 대학균형발전과 지역균형발전에 효과가 큰 방안입니다. 인공지능 시대는 시민의 지성과 창의성, 디지털 민주주의 역량을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고등교육의 수혜범위 확대와 보편화를 요구합니다. 대학교육 무상화는 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할 전국민적 기본교육 방안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정부가 책임지고 비정년트랙 교원에 대한 차별을 완전히 철폐하고, 비정규교수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대학의 통합적 지성공동체를 부활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제대로 대우받는 훌륭한 선생 밑에서만 탁월한 인재가 배출됩니다.

 

고등직업교육을 혁신하고, 기후 친화적 대학체제를 형성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첨단의 석유화학·철강·자동차·반도체에 이르는 제조업 가치 사슬(value chain)을 완벽하게 갖춘 매우 드문 나라입니다. 이러한 소중한 자산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중심대학과 전문대학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새로운 혁신과 투자도 필요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벌어질 직업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급변에 대비할 직업전환 교육을 위해서도 절실합니다.

엄청난 규모의 전력과 물을 소모하는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지구 생태계에 커다란 부담을 야기하는 부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넘어서기 위해 대학들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태양광‧풍력 등 공공형 지역 재생에너지의 전면적 발전에 앞장서야 하며, 지역에너지에 근접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및 디지털 산업단지 등을 유치하여 인재들에게 질 높은 일자리를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실현에도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산업의 지역분산을 촉진하고 대학균형발전과 지역균형발전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고등교육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OECD 평균 이상의 고등교육재정을 확립해야 합니다

대학균형발전과 혁신을 이끌고 선진 문화강국을 뒷받침할 고등교육 국가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가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이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서둘러야 합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단계적 투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닙니다. 고등교육 투자 확대는 국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공지능 시대 인재양성을 위한 것이자, 인구절벽과 지역소멸이라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할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영국이 고등교육에 투자해서 뉴턴 같은 인재를 배출한 것이 과학혁명, 산업혁명을 일으켜 근대적 발전을 선도하게 된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남한 면적의 ⅔ 나 되는 땅을 대학에 공여함으로써 미국 대학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으로 만듦으로써 2차, 3차, 4차 기술혁명 과정에서 미국이 앞서 가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새 정부가 그야말로 과학기술 및 학문의 선진국, 인공지능 강국, 문화대국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고등교육 목표를 재정의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도 OECD 평균 이상으로 높일 것을 촉구합니다.

 

2025년 5월 19일

전국 교수연구자 2,310인 일동

주관단위: 사회대개혁, 제7공화국 수립과 혁신적 고등교육정책을 위한 전국교수연구자연대

(공공적고등교육정책을요구하는전국교수연대회의,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식공유연구자의집, 학술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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