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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서한] 탈진실·반지성의 극우 세력으로부터 지성의 전당 대학을 지켜냅시다

작성자
교수노조 관리자
작성일
2025-03-14 11:35
조회
94
지성의 전당 복원을 위해 전국의 대학 총장들에게 보내는 서한
[탈진실·반지성의 극우 세력으로부터 지성의 전당 대학을 지켜냅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엄청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은 헌정을 유린하고, 시민들이 오랜 투쟁 끝에 쟁취한 민주주의를 위협한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시민들의 즉각적이고 헌신적인 대응과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과 그에게 충성하는 내란세력은 여전히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은 채, 거짓된 변명과 망상적 신념을 앞세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치검찰의 꼼수로 윤석열이 석방되면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의 명백한 헌법 파괴책동을 인정하고 조속히 파면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대학이 민주주의와 진실을 부정하는 내란세력, 극우 파괴세력의 난동을 단호히 거부하고 지성의 전당으로 본연의 소임을 다할 것을 요구합니다. 민주주의와 진리탐구의 전당인 대학이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할 때, 현재의 위기 상황은 보다 빨리, 그리고 올바로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계엄령이 포고된 이후, 일부에서는 윤석열 일당의 계엄포고문에서 이전과 달리 대학폐쇄 조치가 빠져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학의 사회적 지위와 권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자조적인 한탄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일견 타당한 지적입니다. 그간 한국의 대학은 신자유주의와 학술 자본주의의 영향 아래 지성의 전당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학위와 자격증을 파는 상업적 기관으로 전락해온 면이 없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대학의 학문적 권위와 사회적 존재의미가 안팎으로 심각하게 침식당하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더욱 개탄스럽게도 최근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극우집단들은 전국의 대학을 좀비처럼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반지성, 혐오, 망상의 세계관을 강변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난동을 부리며 대학의 권위를 모욕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극우집단들의 이러한 망동은 대학의 위기와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과 발전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이번 내란 시도와 그 이후 이어진 극우집단의 난동은 오히려 대학이 민주주의와 진리를 수호하기 위한 정치적 토론과 공론장의 역할을 분명히 재개해야 한다는 사회적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의 대학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엄혹한 독재와 학문 탄압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비판적 지성을 발전시켜온 진리의 전당으로서 역사적 역할을 해온 사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20대 젊은 청년들이 응원봉을 들고 거리와 광장에 나서서 정의롭게 자기주장을 펼치고,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나서서 한목소리로 탄핵을 촉구하고 내란극복과 민주수호를 외친 것이야말로 계엄을 무력화하고 내란세력들의 준동을 막아낸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대학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든든하게 지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학의 존재의의와 사회적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대학은 공동체적 관점에서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지식을 만들어가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역할을 올바로 평가해야 하며, 합리적 사고와 지성을 바탕으로 민주적 가치와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반지성적이고 망상적인 극우집단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그리고 기본적인 상식과 합의를 부정하고 파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학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더욱 중차대합니다.
극우집단의 준동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합리적 이성과 진실에 기대지 않고 반지성적 태도와 거짓 뉴스, 혐오의 정서와 맹목적인 신념에 기대어 기생하는 극우적 행동은 그 수명이 길 수 없습니다. 대학은 비판적 지성을 바탕으로 진리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해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학은 민주주의를 가장 앞장서서 수호하고 반지성적이고 맹목적인 믿음과 극단적 행동을 제어하고 걸러내는 핵심적인 사회적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간 신자유주의와 비민주적 풍토 때문에 대학 내에서의 민주적 토론과 논쟁이 실종되었지만, 이제 대학은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며 진취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민주적 공론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학은 민주주의와 비판 정신에 충만한 새로운 학문공동체, 지성공동체로 다시 탄생해야 합니다. 나아가 대학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더욱 건강하게 발전하고, 시민사회가 합리적 지성 위에서 연대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하여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전국의 대학 총장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대학에서 극우세력의 폭력난동을 금지하는 단호한 조치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합니다.
2. 대학 내 주체들의 광범위한 합의를 모아,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동,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는 행동, 그리고 탈진실과 반지성적 논리에 입각한 파괴적 행동을 예방하고 규율하기 위한 기준 및 제도의 시급한 확립을 촉구합니다.
3. 이러한 제반 논의를 위해 각 대학별로 학내주체들이 참여하는 ‘내란 청산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학내 민주주의의 발전방안과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방안 마련을 촉구합니다.
4. 대학이 이윤추구의 상업적 학문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고 비판적인 지성을 함양하는 진리의 전당, 민주주의 공동체로 복원되도록 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공공재로서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대학헌장”의 채택을 촉구합니다.

2025년 3월 13일
윤석열 내란세력 완전청산과 제7공화국 수립을 위한 전국교수연구자연대
(공공적고등교육정책을요구하는전국교수연대회의,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식공유연구자의집, 학술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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