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년트랙 교수 없애려면 안정적인 고등교육 예산 확보해야" (2024.3.4, 교수신문)
남정희 신임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인터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충분한 고등교육 예산을 확보해 저임금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교수 비정년트랙을 없애야 합니다."
지난해 말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 제13기 위원장에 남정희 대전대 교수(64세·사진)가 당선됐다. 비정년트랙 교수가 교수노조 위원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내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활동 중 하나로 '비정년트랙 교수 철폐'를 꼽았다. 비정년트랙은 지난 2002년 교수 계약임용제가 시행되면서 사립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제도다. 비정년트랙 교수는 정년트랙 교수와 동일한 법령으로 임용돼 전임교원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임금이나 처우가 정년트랙 교수보다 열악하다.
남 위원장은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경우 주당 20시간 넘게 수업을 하거나 학과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등 저임금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같은 학교 안에서 동일한 일을 하고 있는데 입직 경로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 교수의 처우가 현저히 차이 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교수노조 각 지회가 단체교섭을 통해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여건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었으나 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투쟁이 유효하다고 생각해 동일 노동·동일 임금을 근거로 피해 교수들이 나서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당수 대학이 16년째 이어진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하면서 비정년트랙 교수 임용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남 위원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충분한 고등교육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교수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에 대한 투자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0.7% 수준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보다 한참 낮다"며 "게다가 고등교육 재정이 투자되는 방식도 정부가 사업을 추진해 여기에 선정되는 대학만 지원하는 형태라 예측성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특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안정적인 고등교육 예산을 확보하면 열악한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등록금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지방에 있는 대학부터 등록금 무상화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지방대부터 등록금 무상화가 실현되면 대학 서열이 완화되고, 학생들의 입시 경쟁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게 남 위원장의 설명이다.
남정희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이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충분한 고등교육 예산을 확보해 저임금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교수 비정년트랙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사진 = 장성환 기자)
"폐교 위기 대학 교수 지원·대학 단체협상 지원 강화"
그는 '비정년트랙 교수 철폐'와 함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과 각 지회의 1:1 연결을 통한 '법률 지원 확대', '폐교 위기 대학 교수 지원 방안 강구', '교권·노동권을 위한 정책 능력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노조는 지난 2001년 출범했지만 2021년에야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게 됐다. 그렇다 보니 아직 각 대학의 노조가 단체교섭 등 활동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 위원장은 "단체교섭 활동이 처음이라 한 대학에서는 사업주가 총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2년간 다투면서 단체교섭이 지연되는 등 여러 곳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노조 활동으로 인한 근무 시간 면제가 없어 아무도 노조 지회장·지부장을 맡지 않으려 하는 대학도 있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일단 올해 각 지부와 지회의 기틀을 다지는 데 힘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 위원장은 "각 지회와 지부를 재건하는 데 역점을 두고, 한 번도 단체협상을 진행해 보지 않은 대학 교수노조를 지원해 단체협상 체결 경험을 해 보도록 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컬대학은 구조조정 사업…무전공 선발, 기초학문 고사"
아울러 남 위원장은 현재 정부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대학'과 대학 신입생 '무전공 선발' 비율 확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글로컬대학은 정부가 비수도권의 거점 대학을 선정해 한 대학당 5년간 1천억 원의 재정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무전공 선발의 경우 최근 교육부가 국립대와 수도권 사립대를 대상으로 전체 모집 인원의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뽑으면 가산점을 부여해 해당 대학이 더 많은 인센티브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글로컬대학은 사실상 대규모 대학 구조조정 사업으로 대학이 여기에 선정되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액수가 줄어들어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무전공 선발 비율 확대도 학생들이 인기 학과로만 몰려 기초학문은 고사하는 등 고등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남 위원장은 교수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급변하는 대학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지금이야말로 교수들의 조직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교수들이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노조에 가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가 교수노조 위원장 임기 2년을 마치고 나면 정년퇴직을 해야할 때"라면서 "교수 생활 마지막 2년을 보람차게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