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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볼 수 없는 교수 채용 비리(교수신문, 2023.9.26)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4-01-18 14:55
조회
460

두고볼 수 없는 교수 채용 비리


교수 채용 비리가 다시 크게 늘었다. 최근 경찰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되어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보면 그렇다. 사립대는 교수 채용에 관한 실질적 권한이 이사장이나 총장에게 있고, 국·공립대는 학과 교수들이나 총장에게 있으므로 채용 비리는 결국 이들이 저지른 비리라 할 수 있다.

사실, 대학의 자율과 자치라는 전통적 가치에 충실한 대학에서 교수 충원은 현직 교수의 권한에 속한다. 학과의 교수진 구성에 관한 권한을 현직 교수가 갖고 있다는 말이다. 현직 교수는 학과(학부) 내에 어떤 세부 전공과 경력의 교원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현직 교수의 교수진 보충권(즉, 신임 교수 선발권)과 학과의 예산편성권 보유를 빌미로 한동안 사립대 교수의 노동조합 결성권이 부정되는 시절도 있었다. 사립대 교수는 사용자와 유사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연방법원의 해석으로. 덕분에 교수노조 결성을 막으려는 일부 사립대학이 교수들에게 여러 가지 권한을 자발적으로 넘겨준 경우도 많았다. 암튼, 한국의 일은 아니다. 

사립대학 교수 채용 비리가 얼마나 대담하고 교묘한지는 경인여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면, 판결문에서 김O자 전 총장은 명예총장으로 있던 2015년 10월 아동보육과 강사였던 김O식 전 총리의 딸 A씨를 전임교수로 채용하기 위해 기획처장에게 “A에게 교수 공채에 지원하라고 알려주고, A를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총장 지시에 따라 2016년 1학기 교수 공채에서 경인여대는 A씨에게 유리하도록 맞춤형 공고를 냈다. 미국에서 ‘교육 상담 심리’를 전공한 A씨 경력에 맞춰 우대사항에 ‘외국어 능통자’, ‘상담심리전공자’를 추가했다. 또한 기획처장은 A씨에게 경쟁률이 가장 낮은 아동체육과에 지원하라고도 알려줬다. 그런데도 A씨는 1차 서류평가에서 5명의 경쟁자 중 최하점을 받았다.

그러자 심사위원들이 2차 공개 강의 및 면접에서 A씨에게 다른 지원자보다 높은 점수를 줘 2등으로 합격시켰다. A씨는 2순위로 이사장 면접에 올랐고, 2015년 12월 아동체육과 전임교원으로 임명됐다. 2016년 2월, 대학은 A씨를 ‘아동보육과’로 전보했다. (뉴스타파, 「김길자 경인여대 총장 부부 ‘유죄’...김황식 전 총리 딸 부정채용 의혹 인정」, 홍여진 기자, 2023년 7월 11일 기사)

지난 6월 16일, 이들 부부의 대학 운영 비리에 대한 인천지법의 선고가 있었는데 김 전 총장에게는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남편 백O기 전 이사장에게는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교수노조의 조합원 동지 한 분이 끈질기게 싸워 이뤄낸 성과이다. 이사장·총장 부부에 전 국무총리까지 더해진 막강한 힘과 싸워서 이겼다. 비리재단의 배경은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전 총리만이 아니었다. 그 동지는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여러 차례 받았고 소송에서 억울한 판결을 계속 받았지만, 결국 비리 행위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교피아 채용 비리’도 여전하다

사립대학의 교수 채용에 관련된 또 하나의 비리는, 경쟁에 의한 재정지원 방식 등 신자유주의 고등교육정책에 편승한 비리다. 장·차관이나 교육부 고위 관료 출신을 사학의 총장이나 교수로 채용하는 비리 즉, 세칭 교피아 채용 비리이다. 교피아들은 연구경력이나 강의 경력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깃배 위에서 그물 한 번 던져본 적 없는 사람을 선장으로 채용하는 것과 같다. 문제 대학들은 왜 이런 분들을 앞다퉈 대학의 관리자로 채용하는가? 목적은 뻔하다. 다음의 사례를 보자.

전 교육부 국장 A씨는 과거 서울대에서 연구지원과장과 시설관리국장으로 근무했다. 두 차례 서울대 근무 기간에 이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각각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A씨가 서울대에서 과장과 석사 과정 학생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동안, 행정대학원 교수 B씨가 교육부 차관을 맡고 있었다. 이 차관은 10년 뒤 A씨의 지도교수가 됐다. A씨가 두 번째로 서울대 근무를 하며 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 지도교수가 바로 B씨였다.

A씨는 2017년 12월 C전문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세 차례의 대학평가에서 재정지원 제한을 받아온 C대는 A씨가 총장으로 취임한 이듬해의 평가에서 자율 개선대학으로 살아났다. (매일경제, 2019-04-21, 「끈끈한 ‘교피아 인맥’…이사장·총장·교장 서로 밀어주기」 기사 참조)

교피아들이 실력을 발휘함에 따라, 개신교 부흥사처럼 또는 가을철 메뚜기처럼 문제가 있는 대학을 옮겨 다니며 총장을 맡는 ‘메뚜기 총장’도 생겨났다. 필자는 수년 전, 강원도의 어떤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관내 C대학의 총장을 만났다. 그는 얼마 전까지 S전문대학 총장이었는데, 다른 대학으로 옮긴 것이다.

다시 또 몇 년이 지나고, 이번엔 대전의 D대학 지회 결성식에 갔는데, 이 대학 총장이 바로 그분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이분은 현재 충북의 C대학에서 또 총장으로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 이런 분이 여럿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아까운 교비가 매년 수십억 원씩 지출되고 있다.

채용 비리는 사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국·공립대학의 교수 채용 비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1년 사이에만 경북대·창원대·전주교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에서 교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특히, 경북대는 음악학과·국악학과·국어국문학과·사학과 등 여러 학과에서 교수 채용 비리가 불거져 큰 문제가 되었다.

경북대는 한국의 대표적 거점국립대학이기 때문에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경북대는 작년에도 채용 비리에 관련된 국악학과 교수 3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 학과의 교수는 총 4명이었다. 판결문 잉크도 마르기 전, 올해 8월엔 음악학과 교수 채용 비리가 또 터졌다. 그래서 학과 교수 11명 중 7명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보도다. (YTN, 2023-08-17, 「경북대 음악학과 교수 7명 ‘채용비리’ 혐의 검찰 송치」 기사 참조) 지난 5월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총장과 부총장 등이 신임 교수 채용 비리로 입건되었고, 수치스럽게도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 

교수사회 온정주의 벗어나야

교수 채용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교수 사회의 특유한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교수들은 각자가 독립된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개인주의가 강하고 반목이 심한 집단 같지만, 자세히 보면 동료 의식이 상당히 강하다. 자신도 언젠가 그러한 일에 연루될 수도 있기에, 동료의 부정과 비리를 알고 있어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성원 스스로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절차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교수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비리 척결 투쟁도 중요하다. 

또 하나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채용 비리가 바로 교수직 세습인데, 소위 수도권 명문대에서 아주 심각하다. 일부 대학에서는 부친이나 일가친척이 과거 그 대학의 교수였다면 본교 교수가 되지만, 그런 배경이 없으면 분교에 발령이 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대학 간 품앗이 채용 비리도 있다.

학문의 동종번식(同種繁殖) 즉, 한 학과(부)에 동일한 연구 방법론이나 문제의식으로 연구를 하는 동일 대학 출신이 너무 많아서는 학문이 발전할 수 없다는 지적을 피하고자 2개 대학이 암묵적으로 협약을 맺어 상대편 대학 출신을 서로 뽑아주는 방식으로 교수를 채용하고 있다. 이 역시 정당한 자격을 갖춘 분의 자리를 빼앗는 행위로서, 마땅히 근절되어야 하는 비리이다.

교수 채용 비리는 업무방해(사립대학) 또는 공무집행방해(국공립대학) 행위이다. 현재 수많은 교수 채용 비리가 적발되고 있지만, 사실 발각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채용 비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재계약/재임용 비리도 상당하다. 재단의 눈 밖에 난 교수는 내쫓는다.

대학에서 부당하게 해직되어 싸웠지만, 결국 강단에 복귀하지 못하고 퇴직을 맞이하는 교수들도 많다. 광주대의 이무성 동지가 그 실례이다. 이런 비리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서 이를 척결해야 하겠지만, 현 정권에 그런 의지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솔직히 역대 정권들이 대개 그러했다.

채용 비리는 ‘대학의 자율과 자치’의 정신에 엄청난 손상을 가하는 부도덕 행위이다. 교수노조는 이러한 후진국형 병폐와 싸워 대학에 채용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박정원 상지대 명예교수
현재 강원도대학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전국교수노조 위원장과 상지대 부총장을 지냈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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