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2026-01] "비정규교수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교수논평]은 2020년 10월 첫 발행을 시작으로 매월 1주와 3주에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기 발행되어 왔습니다. 2025년부터 [교수논평]은 이 시대의 사회 이슈와 교육 현안 등에 대해 전문 논평인들의 논평을 매월 발간합니다.
비정규교수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김선일 (경희대, 교수노조 정책실장)
교수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이야기를 다시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미 한국 대학에서 강사, 객원교수, 겸임교수, 초빙교수, 연구교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등 이른바 비정규교수의 비중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가 되었다. ‘교수’라는 호칭에도 불구하고 고용 형태는 기간제·시간제·성과제이며, 기본적으로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급여 수준과 무급 방학, 1~3년 단위 재계약, 4대 보험 미가입, 연구 공간 부재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열악한 조건이 일상화되어 있다. 일부 대학에서 벌어지는 일탈적 상황이 아니다. 최근 조사는 수도권 15개 대학 전임교원 강의 비율이 평균 55.4%에 불과해, 사실상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교육을 비정규교수가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임교원 강의 비율이 가장 높은 한양대도 64.2%에 불과하고, 국가의 고등교육 자원을 쓸어 담는 서울대는 오히려 강사의 강의 비중이 가장 높아 매년 36~38%에 달하는 교육을 강사에게 맡기고 있다.
심각한 수치임에 틀림없지만 이마저도 교수 노동의 문제 중 일각에 불과하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작년 기준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24만 명 교원 중 전임은 8만6천 명이고 비전임은 이보다 훨씬 많은 15만3천 명에 달했는데, 이 전임교원의 수마저도 실질적 비정규직인 소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수를 포함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법정 전임교원 비율을 충족하기 위한 편법으로 대학들이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한 비정년트랙 제도는 꾸준히 확대되어 현재 전체 전임교원 중 약 17~18%가 비정년트랙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사람 중 절반가량은 비정규교수라고 할 수 있겠다. ‘값싼 교수 노동’ 체제가 우리 대학에 이미 제도적으로 고착된 것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대학에만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작년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41.5%이고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평균의 53.6%에 불과해 월평균 임금 격차는 역대 최대인 180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학의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이중구조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편인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도 정년트랙 전임교원 절반 정도의 급여만을 지급받고 있으며, 더 많은 의무강의시수와 전임교원에만 제공되는 안식년 등의 복리후생적 부가 혜택 등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이 벌어진다. 2023년 조사에 의하면 객원교수와 초빙교수 등의 비전임 교원은 사립대학 기준으로 연 2천5백만 원 정도, 겸임교수는 9백8십만 원 정도이고, 비정규교수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강사는 연평균 8백9십만 원을 교육 노동의 대가로 수령했다. 국·공립대는 사정이 좀 낫다지만 강사의 평균 연봉 1천3백만 원은 올해 최저임금 기준 연봉 2천5백88만 원의 반이다. 게다가 대학은 강사들에게 의료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을 제공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법이 정한 방학 중 임금이나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마저도 당연히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비정규교수 문제는 곧 한국 고등교육 시스템의 위기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대학이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전문 직업집단의 안정적인 노동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음에도, 실제 운영은 그 전제를 축소·전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우리 대학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노동권과 생존권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마저도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무력화시키며 대학 내 값싼 노동 체제를 공고히 구축해 왔다.
인공지능 시대, 악화할 노동환경에 대학의 교육 노동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 모두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비롯한 다양한 대책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지금, 우리 대학이 가고 있는 방향은 구조조정의 비용과 리스크를 전적으로 구성원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대학과 학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우리 학문 공동체의 안정성과 지속성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위협받고 있다. 대학이 사회가 기대하는 공공적 지식 생산과 비판적 사고의 장이기를 멈출 때 우리 사회가 마주하게 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학문 공동체는 단기 성과와 비용 논리를 넘어서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교수의 안정적인 고용과 연구 여건은 특권이 아니라, 바로 이 지식 생산과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비정규교수의 확대는 이 조건을 체계적으로 허물어오는 과정이었으며, 그 대가는 대학과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될 것이다.
비정규교수 문제 해결을 개별 대학의 선의나 자율성에만 맡겨둘 수 없음은 명백하다. 우리 교수노조가 요구해 온 OECD 수준의 고등교육 재정 확보, 비정규교수의 단계적 정규직화와 교원 정원 확충,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 강화와 공공성에 기초한 대학 체제 개편, 그리고 비정규교수 노동권 보장과 처우 개선 등은 한시도 더 미뤄둘 수 없다. 비정규교수는 우리 대학 체제에서 더 이상 예외적이거나 주변적이지 않고, 이미 대학 교육의 실질적 근간이 되어 있다. 더 이상 상아탑을 값싼 노동 위에 불안정하게 서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부산대에서는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들이 겨우내 벌여온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강사료 3,000원 인상을 위해서다. 2024년 전체 강사 강의료 평균은 시간당 68,200원이었다. 강사 연봉—월급이 아니라—8백만 원이라는 2026년의 기막힌 상황을 지금이라도 당장 해소하기 위해 연대와 지지의 손길이 절실하다. (끝)
2026년 03월 03일
전/국/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