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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2025-07] 지방사립대와 전문대, 소생할 방안이 없는가?

작성자
교수노조 관리자
작성일
2025-12-30 15:48
조회
169

지방사립대와 전문대, 소생할 방안이 없는가?

 

박정원(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상지대 명예교수)

 

오랜 세월 지방민들의 교육을 담당하면서 지역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던 지방대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 대입 지원자 수의 급감과 청년들의 서울 소재 대학 선호에 따른 충원률 감소에 따른 것이지만, 공룡화된 수도권 사립대학들의 신입생·재학생 독점현상도 만만찮은 역할을 했다. 정부의 수도권대학 집중 지원과 그들에 유리한 편입학 정책도 한 역할 했다. 이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초래할 거점국립대 재학생과 사립대 재학생 간의 지원 격차가 예정돼 있다. 또한 2027년부터 국가장학금유형 폐지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조치가 시행된다면 사립 지방대는 거의 몰락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저소득층의 교육을 담당하던 지방대가 이대로 쓰러져선 안 된다. 반드시 살길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한국 고등교육은 소위 SKY체제라고 부르는 서열화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여기서 각 대학은 (서고연 + 과학기술특성화대) - 수도권사립대 거점국립대 - 지방대(일반국립대 + 지방사립대) - 전문대학으로 이루어진 서열 체제에서 저마다의 순위를 갖고 있다. 앞 서열 대학의 충원이 끝나야 다음 서열 대학이 학생을 받을 수 있다. 서열의 최상위에 있는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많은 기금을 지원받았고, 그 졸업생은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의 엘리트들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고소득 전문직과 권력 직종을 독점하면서, 한국 자본주의 전개의 일정 단계에서 경제체제의 안정과 노동운동 억압 등 사회 변동 요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대학 입학과 더불어 형성되는 인맥 관리가 학문적 성취보다 중요했다. 자본축적 과정이 고도화할수록 창의력과 기획 능력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게 됐지만, SKY체제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거기에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약학계열에 대거 진학하여 SKY체제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했는데, 필자는 이를 MSKY체제로 부른다. 또한 비정규교수와 비정년교수의 고용이 불안정하여, 학문과 고등교육 전반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크게 감소했다. 성장을 주도할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가 위기를 맞게 됐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등 국가 경제가 위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득권층 학부모들은 자녀의 최상위서열대학 입학을 위해 ‘4세 고시’, ‘7세 고시까지 강요할 정도로 기형적 모습을 보인다. 한국 교육체제는 전면적 파탄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거점국립대를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성장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새로운 고등교육정책으로 채택됐다. 그래서 이 정책은 필연적으로 저소득계층의 교육기회에 대한 차별, 사립대학 재학생에 대한 차별, 지방대학 소재 지역에 대한 차별, 인문학에 대한 차별, 그리고 비정규교수·비정년교수들에 대한 차별을 그 본질로 한다.

저소득계층은 초중등교육 단계에서 사교육비를 적게 지출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학업성적이 고소득계층에 비해 뒤질 수밖에 없어 거점국립대를 진학할 수 없었다. 대학에 진학한 그들이 교육비 지원 차별이라는 새로운 차별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국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비싼 지방 사립대학에 주로 진학한다. 저소득가정 출신들이 진학한 사립대나 전문대는 주로 중소도시에 소재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본격 시행되면 거점국립대가 소재한 광역시·도청소재지는 약간의 에너지를 얻게 되겠지만, 중소도시는 혜성과 같은 속도로 소멸의 길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첨단산업의 성장에 당장 필요한 분야만 육성하는 사이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은 대학에서 완전히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거대자본의 이윤추구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연봉 4~5억원짜리 교수를 채용하면서, 비정규교수·비정년교수에 대한 교육과 연구여건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또 다른 모습이다.

 

국립대학 재학생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국립대학의 연구와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산업의 요구이다. 그래야 첨단 학문을 익힌 기술자들이 대거 배출되고, 공급과잉이 되어 노동시장에서 이들의 임금이 의사들처럼 치솟지 않을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가 축적을 계속할 조건이 될 것이다. AI시대에 경제가 성장해야 질 낮은 일자리라도 생긴다. 그래서 성장의 추구가 곧 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로 인하여 지방 사립대학이 간판을 내리고, 지방 중소도시의 남은 인구마저 도청소재지로 끌려가고, 비정규교수·비정년교수가 계속 생존을 위협당한 채 인문학이 길거리의 낙엽처럼 구르고, 저소득층 자녀들이 나락에 떨어지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해야 하는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주장하는 분들이 모델로 내세운 UC체제는 공립대학으로서 공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하여 운영된다. 특히 버클리대학은 인문학과 기초과학 분야에서 미국 최고 수준이며, 주정부는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지역마다 저비용의 커뮤니티 칼리지(C.C.)를 운영한다. 주립대학들은 강력한 사립대학들인 스탠퍼드대학,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남가주대학(USC) 등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중저소득층의 교육 기회가 무시되지 않고, 커뮤니티 칼리지가 소재하는 작은 지역들은 소멸하지 않고,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발전을 선도하고, 사립대학 재학생들도 존중받으면서 고등교육이 발전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큰 위기에 직면한 흑인대학들(HBCU)에 대해 재정을 우선 지원한 바 있다. 이들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 저소득층이라, 그들의 교육기회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도 고소득층 출신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일반대학보다 훨씬 큰 지원을 하고 있었다. USA TODAY의 보도(May 27, 2023)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미국 내 99개의 흑인대학들은 총 33백만 불의 연구비를 지원받았지만, 8개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무려 55억 불을 지원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후임인 트럼프에 의해 해산됐지만, 역사적 흑인 대학 및 소수민족 지원 기관 자문위원회>(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and Minority Serving Institutions Advisory Council)를 만들어 운영했다.

 

대한민국이야말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2027년부터 국가장학금유형이 폐지되고, 사립대에 대한 등록금 인상 규제가 완화되면 국립대 재학생과 사립대 재학생 간의 교육비 부담 차이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부잣집 자녀들은 등록금이 싼 국립대에서 공부하고, 가난한 집 자녀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 사립대에서 공부하게 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일부 대규모 사립대학은 등록금을 최대한 인상할 수 있겠지만, 중소 사립대학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중소대학의 등록금 수입 감소는 이들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지방사립대와 전문대가 살길이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부산물로서 지방대 100개가 몰락하게 되면,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국가(또는 지자체)가 인수한 후 미국의 C.C.와 같은 기능을 갖도록 전환하면 된다. 지역 C.C.에서 2년 정도를 수학한 후 일반대학으로 편입하는 제도를 만들면 교육비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이 차별을 받지 않고, 중소도시는 고유한 문화를 간직하며 존속하고, 그리고 사립대 교원들은 국가가 신분을 보장해 줄 터이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 기회에 아예 사립대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유럽처럼 국립대 중심 체제로 바꾼다면 이야말로 정의로운 전환이 될 것이다. ()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관련한 찬반 토론이 복간된 사상계지난 호와 이번 호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