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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2025-04] "인류와 대한민국의 위기에 맞서는 고등교육 개혁"

작성자
교수노조 관리자
작성일
2025-06-30 11:47
조회
117

[교수논평]은 2020년 10월 첫 발행을 시작으로 매월 1주와 3주에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기 발행되어 왔습니다. 2025년부터 [교수논평]은 이 시대의 사회 이슈와 교육 현안 등에 대해 전문 논평인들의 논평을 매월 발간합니다.

인류와 대한민국의 위기에 맞서는 고등교육 개혁

 

김명환 (전국교수노동조합 전 부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작년 2024123일의 느닷없는 불법 비상계엄을 국회가 곧바로 해제함으로써 시작된 내란 진압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564일 이재명 대통령의 탄생으로 고비를 넘었다. 그러나 우리는 내란 진압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엘리트 층과 권력기관들에 헌정질서를 언제든지 부정할 태세가 되어 있는 수구적 반국가세력이 얼마나 뿌리깊게 파고들어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또한 서울 서부지법 폭동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극우화된 세력의 행동은 관용과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임을 똑똑히 지켜봐야 했다.

 

그만큼 앞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차고 넘칠 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난제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 공약들이 구체적인 정책이라기보다는 원칙의 천명에 가깝고 예산 확보 방안도 밝히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점을 잘 드러낸다. 이처럼 어려운 시점에서 고등교육 개혁을 주장하는 진영도 자신의 개혁 담론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비판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인류와 대한민국이 당면한 위기 혹은 도전에 대해 지금보다 더 나은 고등교육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과 인류 사회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불안하다. 인류가 처한 세 가지 도전, 즉 기후-생태위기, 디지털 대전환의 가능성과 위험성, 기성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붕괴 및 범세계적인 민주주의의 혼란과 퇴행에 더해 대한민국은 인구절벽과 지역소멸의 임박한 위기라는 남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들 복합적인 위기 내지 도전에 대한 올바르고 효과적 대응은 우리 고등교육 생태계의 혁신과 직결된다.

 

첫째, 기후-생태위기 극복은 지방대 살리기와 직결된다. 흔히 지방대 살리기는 그 어구 자체부터 수세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이를 기후-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대전환과 연관시키면 적극적인 혁신 담론을 제출할 수 있다. 화석연료핵 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기성의 발전 체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RE 100에 대응할 수 없어 우리 기업들이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그러나 우리의 영호남 지방과 서남해안, 백두대간정맥지역에는 태양광풍력조력에 유리한 환경이 존재하며 이는 해외의 투자자문기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햇빛이 풍부한 영호남 평야 지대의 막대한 면적의 논에 대대적으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agrivoltaics) 시설을 추진하고 그에 따르는 에너지 저장시스템과 송배전망을 건설하면 싼값의 전기를 지역 제조업에 공급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제조업의 재도약 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하는 AI 관련 산업도 무리없이 유치할 수 있다. 전남 신안군의 햇빛 연금성공 사례가 보여주듯이, 농민을 비롯한 지역 주민 소득에도 기여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지역 대학들은 이제 이런 변화를 뒷받침할 인재를 길러내고 지식과 기술을 공급하는 혁신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이는 수도권 이상비대를 완화하고 지역소멸 경향을 역전시키며, 인구절벽의 흐름 또한 완화할 수 있는 방향인 것이다.

 

둘째, 디지털 대전환이 가져오는 가능성과 위험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학문의 균형발전은 필수적이다. 아무리 고급의 지적 작업이라도 일정한 패턴과 규칙이 존재하는 작업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AI가 곧 대체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까지 없던 것을 상상하여 발견하고 발명하는 인간의 창조성이 지니는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지식과 기술의 습득과 축적이라는 기존의 교육 방식은 대부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달리 말해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기초학문 수준,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개개인의 폭넓고 깊이 있는 교양 수준과 안목이 그 나라의 AI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셋째, 민주주의의 혼란과 퇴행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도 고등교육의 균형발전이 절실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교육부가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정확히 말하면 미래 직업전망 보고서를 조작하여) 인문사회 분야 입학정원을 줄이고 공대 정원을 늘리는 프라임 사업을 실행했지만, 그 당시에도 대학 졸업생 중에 공대생의 비율은 우리가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세계 2위였다. 한국에서 투자가 긴급한 학문 분야는 무엇보다도 사회과학이며, 그 다음이 사회과학과 융합을 이룬 인문학이다. 사회과학도 해외 이론을 수입해 적용하는 낡은 학풍이나 정부 용역이나 수주하러 돌아다니는 학문 아닌 학문을 배격해야 하며, 우리 현실과 세계의 실상을 정말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미래를 전망할 사회과학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문학이나 역사학, 예술 연구와 한몸이 된 사회과학, 통합학문으로서의 사회과학이 요구되며, 사실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하나가 되는 통합학문의 차원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지난 123일 계엄의 밤에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을 비롯해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이루어지고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여의도와 광화문, 지역의 크고 작은 도시의 집회에 수많은 102030대 여성들이 자리를 지키며 빛의 혁명을 이뤄냈음을 알고 있다. 특히 농민들의 트랙터가 남태령을 넘게 만든 남태령 대첩은 미처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일이었다. 지난 정권 하에서 우리는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뻔뻔한 주장을 겪어왔다. 또 동덕여대와 서울여대 사태, 계명대 여성학과 폐지, 그리고 극우집단의 경악할 여성혐오에서 잘 드러나듯이 여성운동과 여성학은 수세에 몰려왔다. 하지만 이제 여성학의 발전은 새 시대의 문턱을 넘어설 지표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때의 여성학은 기성의 틀에 따른 분과학문인 여성학이 아니라 여성해방과 성평등의 시각이 연구 대상을 막론하고 연구의 목표와 방법에 제대로 스며든 통합학문이 될 것이다. 여성학의 발전 전망과 궤를 같이 하며 우리는 고등교육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어떠한 학문적 혁신과 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우리 자신과 국민들 앞에 설득력 있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2025년 06월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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