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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2025-01] "미국 교수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주는 교훈"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5-03-24 17:05
조회
293

[교수논평]은 2020년 10월 첫 발행을 시작으로 매월 1주와 3주에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기 발행되어 왔습니다. 2024년부터 [교수논평]은 이 시대의 사회 이슈와 교육 현안 등에 대해 전문 논평인들의 논평을 격주로 발간합니다.

  

미국 교수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주는 교훈

박정원(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경제학)

   1987년 1월 1일 자로 미국은 모든 산업 부문에서 의무퇴직제(정년제)를 폐지했고, 이 시점부터 교수들의 정년도 사라졌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재직할 수 있게 되었다. 고액연봉자이면서 대학원 수업 정도만 담당하던 원로 교수들이 퇴직하지 않자, 이는 학과(학부) 운영에 큰 장애요인(비용상승)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채용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미 1970년대부터 비정규교수(contingent professor)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었고, 그 구성도 다양화하고 있었다. 미국 교수노동시장의 구조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교수노동시장에 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코넬대학의 Ronald Ehrenberg 교수와 Liang Zhang 교수 등이 주로 수행했다. 특히 에렌버그 교수는 노동경제학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경제학자로서 미국 교수노조의 하나인 AAUP에서 오랫동안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학내에서는 교수회의의 추천을 받아 법인 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던 원로이다. 그의 『현대노동경제학(Modern Labor Economics)』은 14판을 냈을 정도로 유명하다. 2006년 필자가 전국교수노동조합의 정책기획실장으로 있었을 때, 그를 초청하기 위해 노력했던 적도 있다. 이분들의 연구물들을 중심으로 미국 교수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관해 잠깐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찾아보고자 한다. 


 1975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시간강사에 해당하는 시간제 교수(part-time faculty)의 수는 미국 전체 교수 중 약 30% 정도였다. 그러나 2005년에는 이 수치가 약 48%에 달할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아졌다. 이것은 미국 내 다른 산업 부문과 비교해 엄청나게 높은 것이었다. 시간제 교수 고용의 증가는 1970년대 이후 박사 학위자의 초과공급에 따른 결과였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정규 교수(full-time faculty)의 비율은 시간제 교수의 고용 증가로 인해 감소했지만, 정규 교수의 구성은 점점 더 계층화되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정규 교수 중 강사 직함(lecturer and instructor title)을 가진 교수의 비중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직업 안정성 관점에서 일부 전임강사(full-time lecturers and instructors)는 임용 기간이 제한되는 시간제 교수(part-time faculty)와 구별되는 다년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전임강사의 대부분은 정년 보장 자격이 없어 궁극적인 직업의 보장을 받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연구자들은 이들을 고등교육 부문 임시 노동력의 일부로 보고 있다.


 시간제 교수와 교육중점 교수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정규 교수(즉,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의 비율은 감소했다. 전통적으로 교수는 정년 보장자이거나 정년트랙으로 고용돼 있어, 종신 고용을 보장받았다. 반면, 시간제 교수와 전임강사는 그렇지 않았다. 더욱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연구 생산성과 교육 효과에 따라 평가되었던 반면, 시간제 교수와 전임강사는 주로 강의를 위해 고용되었으며, 직무 설정에 연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표 1>은 대학의 유형과 카네기 분류에 따른 시간제 교수(part-time faculty), 전임강사(full-time lecturers and instructors), 정규직 교수(professorial faculty)의 비중이다. 대학의 유형은 박사학위 수여대학 및 연구중심대학 (doctoral/research institutions; 박사/연구대학), 석사학위 수여대학 (master’s instituions; 석사대학), 학사학위 수여대학 (bachelor’s institutions; 학사대학)으로 나뉜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교수의 정의가 2012-13년에 변경되었는데, 이전까지 교수에 포함됐던 ‘강의를 하지 않는’ 연구중점교수와 도서관 사서 등 서비스직은 교수직에서 제외되고 강의전담교수만 교수에 포함된다.


 여기서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대학 유형에 따라 교수 구성의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1993-94년에 시간제 교수의 비율은 공립 박사/연구대학이 19.4%인데 비해 사립 석사대학은 51.8%로 높았다. 둘째, 대체로 사립대학은 공립대학보다 더 많은 임시 교수진을 고용했다. 즉, 사립대학은 54.8%에 달하지만, 공립대학은 45% 정도이다. 다만, 학사대학의 경우 공립대학의 비정규 교수진 비율이 사립대학보다 높았다. 셋째, 공립대학 중에서는 박사/연구대학의 정규 교수진 비중이 가장 높고, 학사대학의 비정규 교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면 사립대학 중에서는 박사/연구대학과 학사대학의 정규 교수진 비중이 비슷하게 높았다. 마지막으로,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시간강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정규 교수진의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규 교수진의 비중이 줄고 시간강사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사립대학보다 공립대학에서 더 컸다. 이는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원이 감소함에 따라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비용 절감 전략으로 활용하게 되었다고 해석된다.


<표 1> 미국 4년제 대학 형태별 각급 교수 고용 비율의 변화 (1993-2011)

* 괄호 안은 표준 편차임. 시간강사(part-time faculy), 전임강사(full-time lecturers), 정규직 교수(full-time professors)

출처: Liang Zhang, Ronald G. Ehrenberg, Xiangmin Liu (2015), Changing Faculty Employment at Four-Year Colleges and Universities in the United States, Working Paper 21827, NBER.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정규 교수들에 대한 정년 보장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많은 교수가 정년 보장 자격(tenure eligibility)을 받지 못한 채 고용되고 있다. 비정년트랙 연구 교수는 종종 기금교수 직위(soft-money position)를 갖는데, 이는 교육 책임이 낮거나 전혀 없다는 이점도 있지만 최소한 자기 급여의 일부를 담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수의 연구 교수를 고용하면 대학에서 많은 양의 외부 보조금과 계약을 창출하고 불안정한 자금 조달 환경에 대응할 수 있기에 이런 방식의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표 2>를 보면 이러한 경향을 알 수 있다.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정규직 비정년 교수진의 모든 비율이 상당히 증가했다. 모든 4년제 대학에서 1993년에 모든 정규직 교수진의 22.4%가 정년 자격이 없었다. 이 비율은 2011년에 34.0%로 증가했다. 직급별로 분류하면, 1993년 비율은 강사, 조교수, 부교수, 및 정교수의 경우 각각 80%, 23.7%, 8.9%, 5.0%였다. 이 비율은 2011년에 94.7%, 35.6%, 15.9%, 9.7%로 증가했다. 교수진을 통틀어 정년 자격이 없는 비율은 1993년 12.1%에서 2011년 20.3%로 증가했다. 따라서 대략적으로 2011년에 교수 5명 중 1명이 비정년 계열이었고, 조교수의 경우 3명 중 1명에 달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고등교육 예산을 축소할 것이 예상되므로 비정년트랙 교수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미국 대학교수들이 누려왔던 높은 수준의 학문의 자유도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DEI(diversity, equality, inclusion) 관련 예산지원은 크게 삭감됐다. 


<표 2> 미국 4년제 대학 전임교원 직급별 비정년트랙 비중 변화(1993-2011)

*전임강사(full-time lecturer/instructor),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정교수(full professor)

출처: Liang Zhang, Ronald G. Ehrenberg, Xiangmin Liu (2015)


 교수에 대한 평가는 연구 생산성과 강의 실적으로 이루어지는데, Northwestern 대학에서 과 학부 학생들의 성적증명서(transcript paper)를 기초로 조사한 바로는, 비정규직 교수들의 교육실적이 더 높게 나타났다. Ohio의 대형 공립대학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노스웨스턴대학에서는 강의 조교수, 강의 부교수, 강의 정교수의 직함도 생겼다. 


 급격하게 변화해 가는 교수노동시장에서 교수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향상하거나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는 사립대학 교수들의 노동조합 결성이 거부됐다. 즉, 1980년 독립기구인 노사관계위원회(NLRB)에서 예시바대학(Yeshiva University) 교수들의 노조결성과 관련하여 연방법원에 제소하였는데, 연방법원은 사립대학의 교수는 학과의 예산을 편성하고, 강사를 추천하며, 자신의 후임교수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때문에 일종의 경영자로 해석하여 노조결성이 불가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 이후로 사립대 교수들은 노조결성의 길이 막혔다. 이 판결은 2014년 12월에 바뀌게 된다. 연방법원이 비정년트랙 정규직 교수들은 경영자와 같은 위치라서 단체교섭을 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Pacific Lutheran University 학교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많은 사립대학에서 교수들은, 비록 정년트랙 교수라고 하더라도 경영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학 측은 정규직(full-time faculty)이 되면 경영자로 봐서 Yeshiva 판결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NLRB는 그 사실만으로 사립대 교수를 경영자로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그만큼 미국 교수들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악화됐다고 봤다. 


 예시바 판결에서 연방 대법원은 교수들이 경영자인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문제는 교수진이 "실질적인 추천 또는 통제"를 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판결했다. 교수들에게 서류상의 권한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이 있음을 학교 측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NLRB의 결정은 또한 교수들이 제시한 견해, 즉 예시바 판결 이후 교수진의 권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는 견해를 지지했다. 비정년트랙 교수 채용 증가가 그 증거라는 것이었다.

 노조 지위에 따라 대학 간 비정년트랙 교수의 비율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정년보장 교수들의 노조가 있는 대학에서는 비정년트랙 교수들이 전체 교수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 정년보장 교수노조의 목표는 급여를 인상하고, 자신들의 직업 안정성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비정년트랙 교수노조의 존재와 전체 교수 중 비정년트랙 교수의 비율 간에는 정(+)의 연관성이 발견됐다. 이러한 노조의 존재가 대학이 비정년트랙 교수를 더 많이 고용하지 않도록 막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의 존재는 비정년트랙 교수진의 근무 조건(예: 급여 및 복리후생, 직업 안정성 등)을 개선하여 기관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연관성은 역(逆) 인과 관계(즉, 교수진의 상당수가 비정년트랙일 경우, 비정년트랙 교수노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높음) 때문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비정규 교수 노조의 존재와 비정년트랙 교수의 비율 간 부(負)의 관계도 역(逆) 인과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 교수가 많고 정규직 비정년트랙 교수가 적은 경우, 비정규 교수노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대학에 따라 크게 다르다.

 정규직 비정년트랙 교수는 사립대학,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 박사/연구대학에서 더 많았다. 또한, 크고 부유한 대학은 정규직 비정년트랙 교수를 덜 고용하고, 시간제 학생이 적은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비정규 교수의 노조결성은 대학이 그러한 교수를 더 많이 고용하려는 인센티브를 줄일 수 있다. Cincinnati 대학의 경우, 비정년트랙 교수들(full-time non-tenure track faculty)은 대학과의 교섭을 통해 안식년, 건강보험, 및 퇴직수당 등에서 정년트랙 교수들과 동일한 수혜를 누린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신대 지회에서 이뤄낸 성과가 눈부시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비정년트랙 교수들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데 하나의 모범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러한 사례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지회 단위의 노력으로는 고등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이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개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교육과 연구에서 만족할 만큼 좋은 대학을 만들려면, 교수노조의 활동 폭이 커지고 깊어져야 한다.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 간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존재하는 비합리적 각종 차별을 없애야 한다.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간 격차 및 국공립과 사립대학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이것은 지금의 형태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2001년 결성 이후 전국교수노동조합이 법외노조로서 20년 간 투쟁해 왔거니와 합법화 이후 단일 대오로 나아가지 못하고 국공립대학노조, 사립대학노조, 개별대학노조들 등으로 흩어져 있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우리보다 투쟁 조건이 좋은 비정규교수노조도 있다. 각 조직의 조합원 수를 합하면 1만명 정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 하나로 통합해야 교육부나 사학법인들과의 교섭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교수 1만명의 힘이면 산을 옮길 수도 있다. (끝)

2025년 03월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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