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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2024-22]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4-12-02 17:22
조회
62

[교수논평]은 2020년 10월 첫 발행을 시작으로 매월 1주와 3주에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기 발행되어 왔습니다. 2024년부터 [교수논평]은 이 시대의 사회 이슈와 교육 현안 등에 대해 전문 논평인들의 논평을 격주로 발간합니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홍성학 (전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었던 일명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22대 국회에서 다섯 개가 발의되었다. 올해 8월 8일 문정복의원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을 발의하였다. 이어서 강경숙의원, 서지영의원, 김대식의원, 정성국의원이 대표발의안을 냈다. 강경숙의원의 발의안은 「사립대학의 위기대응 및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안」이고, 다른 네 개의 발의안은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으로 명칭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내용은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서 발의안 모두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들 발의안의 명칭과 <제안이유>는 언뜻 보면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을 통해 사립대학의 건전한 발전과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제안이유>에서는 공통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미달과 등록금 동결에 따른 사립대학의 재정 위기 심화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재정 위기는 고등교육의 질적 저하의 원인이 되고 학교법인의 파산 및 사립대학의 폐교를 초래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립대학과 학교법인의 구조개선을 지원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립대학의 건전한 발전과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안이유>에서 밝힌 원인과 대책 내용간 연계의 부적합성, 근본 원인 파악의 부적합성, <제안이유>와 <주요 내용>간의 부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21대 국회 후반기인 2023년 12월 8일에 열린 <대학폐교 길을 묻다>라는 국회 토론회에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폐기되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토론문을 제출한 바 있다.

  먼저 원인과 대책간 연계의 부적합성이다. <제안이유>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미달과 등록금 동결이 사립대학의 재정 위기 심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미달의 관련성을 분명히 한 후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미달, 등록금 동결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어야 했다. 공학한림원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정책총서’에서 “지방대학 정원 미달의 원인이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라는 인식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근본적으로 접근해 보면 획일적 기준 아래 서열화된 교육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안이유>에서는 서열화된 구조,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미달, 등록금 동결에 대한 대책은 언급하지 않고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다음으로 근본 원인 파악의 부적합성이다. <제안이유>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미달과 등록금 동결을 사립대학의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본 것은 전적으로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의 재정 운영 방식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리고 무분별한 시장 논리에 근거한 경쟁을 타당시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보면 ‘정원 미달’이라는 것이 의미 없음을 알 수 있다. OECD는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일반대학의 경우 15명, 전문대학의 경우 16명(2018년 기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일반대학 24명, 전문대학 33명(2020년 기준)으로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OECD 평균 수준에 맞추려면 일반대학은 학생충원율이 62.5%, 전문대학은 48.5%면 된다. 정원 미달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 대학을 비롯해서 모든 대학이 정원을 줄이고 교원확보율을 높여야 한다.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재의 교원과 학생 수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인구 감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사립대학의 재정 위기를 가져온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으로 삼을 수 없다. 

  등록금 동결도 ‘해결해야 할 근본 원인’으로 삼을 수 없다. OECD 소속 국가 중에서 여전히 등록금 수준과 대학 재정에서의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등록금 수준과 의존도를 점차 낮추면서 모든 국민이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실현해 가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로 <제안이유>와 <주요 내용>간의 부적합성을 들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제안이유>에서는 사립대학과 학교법인의 구조개선을 지원하는 법률을 제정하여 사립대학의 건전한 발전과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주요 내용>은 실질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이 아니라 폐교·해산에 초점을 둔 재정진단 및 실태조사, 이행실적 점검, 경영자문, 학생의 편입학 및 연구자 보호, 청산 등에 관한 지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일부 의원의 발의안에는 폐교대학 특별지원지역의 지정 내용도 들어 있다. 특히 해산을 결정하는 사학법인에게 해산장려금(김대식의원 발의안에서는 ‘해산 정리금’이라고 함)을 줄 수 있도록 하여 일명 ‘먹튀’를 부추기는 내용도 담고 있다.

  결국 <주요 내용>으로 보아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은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사립대학의 폐교를 유도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대학 수를 줄이는 양적 구조조정인 것으로 대학의 질적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부적합성 외에도 <주요 내용>들 중의 상당 부분이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한국사학진흥재단법」 등 해당 개별법에서 검토하면 되는 것들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이제 국회는 발의안의 <제안이유>와 <주요 내용>의 부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폐기 여부를 포함하여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끝)

2024년 12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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