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교수논평2024-15] '고등교육 개혁을 위한 대규모 재정 확보는 가능하다'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4-10-10 16:13
조회
49

 [교수논평]은 2020년 10월 첫 발행을 시작으로 매월 1주와 3주에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기 발행되어 왔습니다. 2024년부터 [교수논평]은 이 시대의 사회 이슈와 교육 현안 등에 대해 전문 논평인들의 논평을 격주로 발간합니다.

  

고등교육 개혁을 위한 대규모 재정 확보는 가능하다

김명환 (교수노조 전 부위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OECD 국가는 평균적으로 고등교육 정부예산으로 GDP1% 정도를 사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대한민국의 2023년 실질 GDP가 약 2,243조원이므로 약 연 22.4조원을 고등교육에 써야 OECD 평균치를 달성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예산은 14.5조원이었고, 내년도 정부예산안도 15.6조원에 불과하다. 즉 연 7조원 가까운 예산 증액을 해야 겨우 OECD 평균에 이르는 것이다.

 집권 여당과 정부 예산 당국의 전반적 분위기는 국민 세금을 써야 할 급한 곳이 많은데 고등교육에 연 7조 가량의 큰 재정을 추가로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 문재인 정부도 큰 차이가 없었으며, 사학 비리 등으로 국민 여론도 고등교육 투자에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고등교육 재정 확충은 나라의 정상적 운영과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이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대전환 등으로 부르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15년간 고등교육 투자를 늘려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고등교육 투자를 게을리한다는 것은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힘주어 강조할 일은 고등교육 개혁을 위한 대규모 재정 확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원칙적으로는 세금을 늘리는 증세정치의 비전을 세워 탄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유럽 식의 고부담 고복지 사회가 되기는 어렵지만, 세금을 올리네 마네 하기에 앞서서 나원준 교수(경북대 경제학)가 말하듯이 제대로 된 조세국가의 미래상부터 제시해야한다. 나 교수는 복지국가로 향하는 로드맵과 그 여정에서 재정총량 증가율, 사회지출비율, 조세부담률, 국가채무비율의 각 목표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하며 그래야 부유층을 설득해 납세의 방식으로 공동체에 기여할 명분을줄 수 있다고 본다(나원준, <상속세 감세, 어떻게 볼 것인가>, 경향신문 2024.8.20.).

 현재 우리의 양극화된 정치 구도에서는 이처럼 증세정치 비전을 세우는 일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회적 논의 과정과 함께 우선 정부 예산 항목의 조정을 통해 최대한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늘려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우선 일본 대학은 무이자 학교채 발행을 활성화하고 있는데(송기창, <일본 사립대학 재정구조와 운영 실태 분석>, 교육재정경제연구, 32:3, 2023), 이를 적절하게 변형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일본의 학교채 발행 대학의 74%가 무이자 채권을 발행하는데, 이는 대학에 대한 일종의 기부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대학의 사회적 신뢰가 낮아 일부 대학 외에는 학교채 발행은 어렵고 국채 발행이 타당할 것이다. 대학에 투자하여 그만큼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고 유용한 지식과 기술이 산출되어 우리 경제가 발전하게 될 것이니, 정부 예산의 항목 조정이나 증세를 통해 대규모 재정 확충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국채 발행의 명분이 설득력이 있다.

 그 외에도 지방대학을 위해 기업인 상속세 연동 대학 기부 제도활성화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인이 상속 주식을 지방대학에 신탁하고 상속 주식의 배당금을 20년 동안 대학 R&D에 투자한 후, 20년 후에는 신탁 주식을 피상속인에게 반환하는 제도로서 최근의 상속세 감면 논란에 대해서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또 대학에 입학할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대학 운영에 부정적 요인이지만, 고등교육 예산에 대한 압박은 줄어들어 국가장학금 등에 여유가 생긴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고등교육의 위기 탈출과 개혁을 위해 얼마나 큰 재정이 필요한지 계산해보자. 44~47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2033, 2034년부터 다시 급감하는 학령인구는 2040년이면 25만 명 선으로 떨어져 그야말로 인구절벽을 실감하게 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2040년에는 현재 대학 입학정원의 절반 가까운 무려 16만 명 정도를 줄여야 한다. 이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를 추계하면 51,200억 원에 이른다(계산 근거는 1인당 등록금을 넉넉하게 연 8백만 원으로 잡아 8백만 원 x 16만 명 x 4개 학년=51,200억 원).

 정부가 고등교육재정 51,200억 원을 확보하여 입학정원 감축에 따른 등록금 수입 손실을 전액 보전해주되 각 대학이 현재의 교수진과 교육여건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15년 후인 2040년에는 모든 대학이 교수 대 학생 비율을 2배 이상 개선하게 되며 다른 교육 여건도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물론 새로운 현실에 맞는 고등교육 개혁의 방향과 내용 등 중요한 변수를 모두 배제한 다분히 단순무식한계산법이지만, 고등교육재정 확충의 필요와 당위성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산법이다.

 그런데 우리 전국교수노조가 주장하는 무상교육 확대까지 고려하면 이 정도 재정 확충으로는 모자란다. 무상교육 확대에 필요한 재정은 보고서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홍성학 교수 등의 최근 계산을 참조하면 최종적으로 약 54,000억 원(국립대 4,000억 원, 전문대 15,000억 원, 지방 사립대 35,000억 원)이 필요하다. 등록금 손실 보전액과 합치면 106,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돈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입학정원 감축에 따른 등록금 보전은 지금부터 15년 이상 단계적으로 실행하므로 51,200억 원은 최종 단계에 드는 비용이며, 시작은 단 몇 천억으로도 충분하다. 더구나 상당수 한계사학의 폐교로 재정 투입액은 더 줄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상교육 확대도 단계적으로 실행하게 되며, 재정 여력에 따라 학교 숫자와 학생 수가 많은 사립대는 실질적 반값 등록금으로 목표의 하향 조정도 고려할만하다. 그러니 OECD 평균치를 채우기 위한 연 7~8조로도 이 모든 사업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연구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별도로 증액해야 할 중요한 예산 항목들이다. 대표적으로 1) 대학원생의 등록금 면제와 생활장학금 지급, 2) 비정규교수 차별 철폐 및 처우 개선, 3) 연구개발비 증액 등이 있다. 이 항목들에 대해서도 개혁 과정에서 적절하게 판단하여 예산 증액의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항목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예 포기하는 것은 개혁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므로 모든 개혁과제에 골고루 예산을 투입하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으로 해야 옳다. 어쨌든 이 항목들에도 충분한 재정 투여가 되려면 GDP 1%를 좀 넘는 고등교육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우리는 교수들의 이익을 지키는 교수노조이다. 따라서 우리 교수의 근로조건과 급여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중에서도 더 어려운 비정규교수의 처우를 먼저 개선하는 가운데 정규직 교수의 처우 개선과 이익 보호의 길도 열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왜 대학무상교육이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

2024년 9월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