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창2024-1>'연구는 노동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우리사회 소수자에 대한 적극적 관심 표명과 사회적 이슈 동참의 의미에서 칼럼 [교수노조 연대의 窓]을 신설하였습니다. 매월 1회 장애/여성/청년/다문화/성소수자 등에 관련한 교수노조의 연대의식 고취에 힘써나가겠습니다.
연구는 노동이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부장 정두호(동국대학교)
“연구는 노동이다.” 말은 간단하나 뜻은 복잡하다. 연구는 크게 학습과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교육은 가르치는 일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량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학습에 있다. 학습은 비가시적이고 자율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정량화가 쉽지 않다. 이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수업시수에 따른 강의료이다. 시간당 강의료를 책정할 때 교육을 위한 준비 단계인 학습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학습 시간을 고려했을 때의 강의료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즉, 연구를 구성하는 한 축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방학 중 임금’의 경우 같은 문제이다. 현재 방학 중 임금은 1년에 4주를 기준으로 한다. 강의계획과 성적처리 등 통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을 각각 1주씩으로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도 물론 강의 준비를 위한 시간은 반영되지 않았다. 강의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행정 업무에 가까운 것이다. 더군다나 2023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계약서에 표기된 강의시간만 근로시간으로 보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지만 퇴행적 판결임은 분명하다.
이 문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문제로 확장된다. 비전임/전임 교원 등의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학습과 교육, 즉 연구는 연구자라면 누구나 힘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용 구분에 따라 학습과 교육의 가치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비전임 교원이 제공하는 교육과 전임 교원이 제공하는 교육, 그리고 학습에서 차이가 존재해야만 현재 임금의 격차를 설명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전임 교원이 제공하는 교육이 항상 비전임 교원의 그것보다 양질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대학원생은 연구자인가 학생인가? 연구자를 정의함에 있어서 대학원생도 연구자의 범위에 포함되는가? 다시 연구를 구성하는 학습과 교육으로 돌아가면, 대학원생의 노동 또한 학습과 교육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거나 학술지에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의 경우 더욱 그렇다. 현재는 박사학위의 유무가 연구자의 자격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작동하는데, 특히 한국연구재단의 경우 각종 사업의 지원 자격을 박사학위 소지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사가 되지 못한 대학원생들은 연구자로 불리지 못한다. 연구자로 인정받을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대학원생에 대해서는 그 교육과 학습의 미숙함만이 부각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 우리의 비가시적 학습의 정량화, 동일 노동 차별 임금과 대학원생의 노동, 정체성, 연구자의 범위와 정의 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육과 학습, 연구자 유형과 상관없이 모두가 자기 자신의 연구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모두 연구 노동을 하고 있다. 이제 연구 노동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권익 증진을 도모해야 할 차례이다.
이를 위하여 가칭 연구자 복지법, 연구자 공제회법 등의 우리의 권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법안 제정 운동을 제안한다. 불안정 연구 노동자의 퇴직 후 연금을 위하여, 연구 생애 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위하여, 연구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하여, 연구 노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하여 연구자 간의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연구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끝>
논평인: 정두호
(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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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3일
전/국/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