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2022-1] '20대 대선과 고등교육의 미래'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2-03-07 15:18
조회
230

[교수논평]2020.10부터 매월 1주와 3주에 정기 발행되고 있으며, 대학과 교육 현안 및 사회이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를 목적으로 합니다.

 

‘20대 대선과 고등교육의 미래

 

20대 대통령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후보들이 내놓은 고등교육 관련 공약이 여러모로 부족하고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당선이 유력한 여야 두 후보의 공약은 보다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고등교육의 개혁을 요구해 온 대학사회에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고등교육 정책과 관련하여 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에서 질의하고 심상정, 윤석열, 이재명 후보 측에서 답변한 내용 중, 여러 진보 학술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다섯 가지 핵심 정책에 대한 회신을 바탕으로 20대 대선 이후 고등교육의 미래를 점쳐 보고자 한다.

우선,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지방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대학 무상화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대해 심 후보만 유일하게 찬성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와 이 후보는 각각 반대검토의 답변을 제시했다. 수구 세력 후보가 반대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해도, 진보개혁 세력임을 자임하는 후보가 위의 두 정책에 대해 구체적 실현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이 시점까지도 정책의 타당성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은 대학의 공공성 확보와 지방대학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도 능력도 부족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지나친 경쟁과 불필요한 대학 서열화를 없애기 위한 핵심 정책인 수능 절대평가화대입자격고사 도입에 대해서도 심 후보는 찬성입장을 분명히 한 반면, 여야 두 후보는 각각 검토반대입장을 표했다. 애초에 대학 평준화에 반대하는 윤 후보와는 달리, 대학서열 해소와 입시경쟁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 후보가 위의 두 정책에 대해서도 검토라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믿기 힘들게 만든다. 실제로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이 후보 측이 내세운 공약은 국가교육위원회 주도 2028학년도 미래지향적 대입제도 설계가 전부다.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공약 제시는 쟁점화를 20대 득표의 유불리만을 따지는 계산적인 모습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교수사회 내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제도의 폐지에 대해서도 심 후보만 찬성의견을, 윤 후보와 이 후보는 각각 반대검토의견을 제시했다.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도 문제지만, 한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라는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는 교수들을 정년계열과 비정년계열로 나누는 것 자체가 그 어떤 논리와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부당한 차별이다. 오로지 자본의 욕구로 탄생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이란 기형적 직종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적지근한 태도로 방관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폐지를 약속하고 하루빨리 구체적이고 명확한 실행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절박하고 시급한 문제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등교육의 위기 극복을 위한 위 다섯 가지 핵심 정책에 대한 두 유력후보의 입장은 20대 대선 이후 고등교육의 미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두 후보 모두가 위 정책들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이라는 사실은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고등교육 분야에서만큼은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이러한 예측은 두 정당이 번갈아 집권해 온 지난 수십 년의 역사와도 일치한다. 집권당이 어느 당이건 상관없이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대학은 신자유주의 체제에 포섭되어 철저히 기업화되어 왔음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대학의 기업화는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 아닌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시켰고, 대학 운영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축소시킴으로써 대학의 부정부패와 비민주주의가 오히려 고착화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

진정한 학문과 민주주의가 사라진 지금의 대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대학진학률이 70%가 넘는 대한민국에서 고등교육은 더 이상 돈 있는 사람만 누리는 특권이 아닌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하고, 국립대는 물론 전체 대학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도 설립자의 사유재산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인 공공재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등교육은 국민의 기본권이며 고등교육기관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공공재라는 명확한 철학, 그리고 그 철학을 현실에서 구현할 강력한 의지와 구체적인 정책이 그러나 두 유력후보의 공약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

고등교육의 미래, 안타깝게도 밝지 않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전히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 필요한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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