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2021-18]'우리의 이익 보호가 곧 사회 발전이 되는 길'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1-12-06 09:25
조회
220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3월부터 격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이익 보호가 곧 사회 발전이 되는 길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과제이다.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박탈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대목은 전태일 열사가 남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첫 문장은 얼핏 비문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인간 사회의 중요한 문제라면 무엇이든 자신의 과제로 삼아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세를 가져야만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의미가 분명하며, ‘인간이 세 번 반복되는 리듬감이 여운이 짙다.

이러했던 전태일이 오늘 살아온다면 무엇이 그에게 가장 인간적인 과제일까? 당연히 50년이 넘은 후에도 억압과 차별에 짓눌린 노동자의 삶에 가장 큰 관심을 쏟으며 70대의 나이에도 거리로 나설 것이다. 하지만 못지않게 그는 기후 위기에 눈길을 돌릴 것이니, 그것은 인류세라는 우리 시대의 으뜸가는 인간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2, 3년간 러시아의 시베리아,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터진 어마어마한 산불, 중국, 일본, 한국이 모두 겪은 심각한 수해, 이미 수억의 감염자와 600만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코로나19 대유행이 모두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근본 원인임은 숨기기 힘든 과학적 사실이다.

학문을 하는 학자들이 모인 교수들의 노동조합,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을 길러내고 교육하는 교수들의 노동조합은 이런 전태일 정신을 그 어떤 노동조합보다 충실하게 실천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가진다. 그러나 교원노조법이 주요 사용자단체인 교육부와 사학재단의 책동에 밀려 교수·교사·직원·강사 가운데 유일하게 교수들의 노조만 개별대학의 노조설립이 가능하게 개정되었고, 이로 인해 교수들의 노조가 경향 각지에 난립하여 교수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오히려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고”(교수논평, 2021.11.22.일자) 있는 현실이 뼈아프다.

뿐만이 아니다. 최근 모 대학의 전국교수노조 지회는 이사장을 상대로 취업규칙을 동의 없이 불리하게 바꿔 미지급된 임금의 지급(호봉 상승분 등)을 요구하며 고용노동청지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고용노동청지청은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하는 통상적인 근로자로서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진정 건에 대해 내사종결 결정을 내렸다. 교원노조법이 개정되고 교수노조가 합법화된 사실조차 모르는가 싶은 어이없는 결정이다. 지난 7월 합법화된 이후 우리 교수노조는 매우 복잡한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조합원의 고용 안정과 권익 보호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인간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노력과 하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5년 전 촛불이 타오르던 거리의 자유발언대에서 우리 안의 최순실을 성찰하자는 촛불시민들의 육성이 생생하게 울려 퍼졌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동료들과 우리의 사랑하는 학생들이 모두 우리 안의 최순실을 냉정히 성찰하는 가운데 각자도생과 승자독식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극복함으로써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극복하고 성평등을 달성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교수노조는 학문연구와 고등교육의 비전을 세워가야 한다.

또한 우리 동료들이 있는 현장의 목소리에 충실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교사 12명 중 2명이 기간제 교사였고, 결국 미수습자로 남은 9명의 승객 중 2명이 교사였다는 사실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결국 그중 2명은 시신으로도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20158월 고현철 부산대 교수는 총장 직선제 폐지에 항의하며 목숨을 버렸다. 그러나 고인의 진정한 뜻은 총장 직선제라는 제도 존폐에 있지 않았다. 그의 죽음의 진정한 뜻은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유서 속 명제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 교수노조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 고등교육의 공공성, 투명성, 민주성을 지키는 일이 되고,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일이 되도록 우리는 고인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 그 성패에 우리의 미래와 운명이 달려 있다. (끝)


2021년 12월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