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2021-17(특별판)]'교수노조 20년! 과거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과제들'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1-11-25 09:45
조회
31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3월부터 격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교수노조 20! 과거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과제들

 

  20011110일 이 땅에 교수노동조합 운동의 깃발을 올린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로 칭함)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2002년 계약 임용제와 연봉제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고, 이를 내다본 일단의 교수들이 대학 교원의 근로조건 악화를 막아낼 마지막 방법으로 교수노조 결성을 추진했다. 아니나 다를까 2003년 연세대학교에서 시작된 비정년트랙교수 임용은 다음 해 전국의 대학으로 퍼졌고 임금과 근로조건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또한, 같은 해 '국립대학 발전계획안'이 발표됐는데, 교수의 연구 및 교육 성과를 높이기 위해 내부 경쟁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교수 계약 임용제, 업적평가제, 교수 연봉제, 우수교수 인센티브제 등의 도입방안을 제시하였던바, 이렇게 하여 학문연구와 교육을 감당하는 고등교육 부문에 신자유주의적 경쟁 개념이 도입되고 교수가 교육 서비스 생산에 투입되는 하나의 비용 요소로 계산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교육부는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무시한 채 시장논리를 대학사회에 무차별적으로 강제하였을 뿐 아니라 자생적인 학문재생산 구조의 구축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학문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고, 사학법인들은 대학을 축재와 영리수단으로 악용하면서 관료제적 통제보다 더 심한 전횡적 대학지배를 자행하고 있었던바, 우리는 이를 미증유의 대학 위기로 진단하였다. 이러한 인식에 동의하는 교수들로 결성된 교수노조는 출범선언문에서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구체적 활동 목표를 제시하였다.

  첫째, 공공성을 지향하는 민주적인 대학운영 구조를 확립하기 위하여 국공립대학·사립대학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개혁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정책결정 과정에 교수조직의 참여를 제도화하며,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한다.

  둘째, 대학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구현하기 위하여 진취적이고 건설적인 대학공동체를 구축하고 대학의 책무에 걸맞은 자율적 연구환경을 확보하며, 균형 있고 종합적인 학문정책을 정비한다.

  셋째, 교육과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하여 교육·연구의 기반시설(인프라)을 대폭 확충하고 교수 충원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함으로써 대학강사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교육 모델과 그에 적합한 대학교육의 제도적 환경을 창출하고 중장기적인 기초학문의 지원체제를 확립한다.

  넷째, 교권과 교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제와 연봉제의 도입을 저지하고 안정적인 교육과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한 합리적인 정년보장제를 정착시키며, 해직교수 문제에 대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지원한다.

  다섯째,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을 건설하기 위하여 국가의 교육재정을 확대하고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하며, 사회에 개방적인 대학체제를 건설하고 사회민주화를 위해 교육·노동·시민·사회 단체들과 연대사업을 추진한다.

 

  교수노조는 본연의 임무인 교수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함은 물론 교육민주화와 사회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열심히 전개했다. 여러 해 동안 보수정당들의 사립학교법 개악 저지를 위해 싸웠으며, 상지대·조선대·대구대·덕성여대·성신여대·세종대 등 수많은 대학의 사학민주화 투쟁을 지원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2006~2008년에는 저소득층의 대학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등록금후불제 정책을 내걸고 방학 때마다 1,000km 걷기대회를 진행하여 대학등록금 문제에 관한 언론과 사회의 큰 관심을 끌어내기도 하였다. 지식인 노동조합으로서 여러 분야의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민주노총 산별노조로서 불평등사회 개혁을 위해 전국의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투쟁을 지속했다.

  그러나 교수노조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역대 정부는 교수노조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했다. 전교조는 결성 후 10년 만에 합법노조로서 공식활동을 시작했지만, 교수노조의 합법화는 20년을 기다려야 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서 말하는 교원은 초중등교원으로 한정됐으며, 대학교수와 유치원교사는 노동운동을 불가능하게 만든 구시대적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계속 유지했다. 교수노조는 계속해서 합법화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5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교수노조는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동년 1230일에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대해 2018830일 헌법재판소는 드디어 교수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허용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이 헌법정신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교수들의 노동조합 결성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정부와 사학법인의 신자유주의 고등교육 정책 도입으로 인해 교수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크게 악화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31조 제6항에 따라 교원의 임용·복무·보수에 관하여 법률에서 정하고 있으나 대학 교원 임용 제도는 전반적으로 대학 교원의 신분을 보호하기보다는 열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천되어 왔다. 2002년 이후에는 기간뿐만 아니라 여러 근로조건을 계약으로 정하여 임용·재임용하도록 하는 교수 계약 임용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고 최근에는 대학 구조조정, 기업의 대학 진출 등으로 단기계약직 교수, 강의전담교수 등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교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위한 단결권의 보장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적시하고 있어, 대학교수들이 당면한 열악한 고용조건과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다시 교원노조법 개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고, 2020520일 교원노조법이 개정됨으로써 교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하게 되었다. 교수노조의 투쟁으로 유치원교사들도 노동조합 결성이 가능하게 되었다. 2020820일에는 교수노조가 노동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설립신고반려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항소하여 현재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교원노조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교수노조의 합법화에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 있었다. 바로 해고자와 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교수노조의 규약 제7조가 때문이었다. 이 싸움에서도 교수노조는 물러서지 않고, 그것이 ILO 핵심협약의 주요 내용으로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조항이라고 맞섰으며, 이것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법 정상화를 요구하는 단체들의 주요 개정 내용이 되어 결국은 202176일 관련 조항이 합리적으로 개정되었다. 교수노조의 20년에 걸친 투쟁이 결실을 거두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716일 전국교수노동조합이 합법노조로서 이 땅에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승리에도 불구하고 교원노조법 개정 논의 당시 주요 사용자단체인 교육부와 사학재단의 책동에 밀려 교수·교사·직원·강사 가운데 유일하게 교수들의 노조만 개별대학의 노조설립이 가능하게 개정되었고, 이로 인해 교수들의 노조가 경향 각지에 난립하여 교수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오히려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

  최근 많은 대학에서 교수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이 악화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들에 대한 차별은 말할 필요도 없고, 비정년트랙교수들 역시 임금과 승진 및 계약조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 교수가 대학의 주요 기능인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핵심적 노동력으로서 인식되기보다 비용을 발생시키는 생산요소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학등록금을 13년째 묶어놓은 채 재정지원을 아끼고 있으며, 사학재단들의 불법과 전횡을 방관하면서 학문공동체를 황폐화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역량진단평가를 틈타 교피아가 창궐하고 사학비리는 과거에 비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정부가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투자를 극도로 아끼는 한 대학운영 여건과 교수들의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여건의 변화 속에서 교수노조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교원노조법 개정 투쟁, 고등교육재정확충 투쟁, 대학 내 차별과 불평등 해소 투쟁, 개별대학의 교육민주화 투쟁 지원, 단결과 연대의 강화 등이 된다.

  첫째, 교수노조가 사용자들과 대등한 교섭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원노조법이 폐지되고 G20에 속하는 선진국답게 교수들의 노동3권이 일반 노동조합법에 따라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3권의 확보라는 방어무기가 없는 노동조합은 사학법인에 맞서 교수들의 교권과 노동권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이미 직원노조와 시간강사노조 및 대학원생노조들은 이를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은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 자유를 확보해야 한다. 개별 교수는 정당법에 따라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데, 그들의 단체인 교수노조가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교원노조법 폐기투쟁 또는 개정투쟁이 필요하다.

  둘째, 불평등한 사회를 평등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모든 계층의 국민이 고등교육에 접근 가능해야 하며, 고질적인 대학서열은 해체되어야 한다. 대학진학률이 40~50%대에 불과한 유럽 각국이 고등교육예산을 1.3-1.6%를 배정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80%에 이르는 대학진학률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교육선진국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육 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GDP 대비 1.1~1.5% 수준의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재정의 확보는 고등교육이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을 통한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셋째, 대학 내 차별과 불평등 해소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모든 대학 교원들에게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적정 임금이 지급돼야 하며, 승진과 보직 임명 및 연구비 지급과 연구년 혜택 등의 문제에서 교원의 직렬에 따라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키도록 대학을 압박해야 하며, 앞으로 비정년트랙교원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며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노동조합 및 교수협의회 가입과 총장선출 과정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교수(시간강사)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넷째, 대학운영 여건의 악화는 비리사학의 전횡을 손쉽게 만드는 조건이 되고 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운영 수입의 감소와 대학역량진단평가 등을 구실로 일부 사학들이 교수들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책임시수를 늘리고 각종 복지혜택을 폐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족벌경영의 유지와 인사재정건설 등에서의 비리도 계속되고 있어, 대학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맞서는 대학구성원들의 용감하고 정의로운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사립대의 투명한 경영과 국공립대의 효율적 경영이 대학발전에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다섯째, 교수노조는 지식인노조로서 시대적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동자의 일원으로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이 겪는 아픔에 공감할 때, 지금보다 밝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학내에서 시작하여 강사노조, 직원노조, 총학생회, 국교조와 사교조 등 교수노조들, 전교조 등 교육 산별노조들, 민주노총과 가맹·산하단체, 통일운동 단체, 환경운동 단체 등 노동사회단체들과의 적극적 연대가 필요하다. 교수만 잘사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립 20년을 넘어 50100년을 바라보는 전국교수노동조합이 되기를 기원한다. (끝)


2021년 11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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