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교수논평-12]'국교조와 사교조에 바란다'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1-08-18 18:25
조회
117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3월부터 격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국교조와 사교조에 바란다

 

2018830일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2조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전국 각지의 교수들이 노동조합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개별 대학 단위의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상급단체로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더불어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의 주도로 각각 2020327일과 20191025일에 출범한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이하 사교조)과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이하 국교조)이 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대학의 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20여 년을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교조, 사교조와 같은 독립노조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두 노조가 출범한 지 1년이 훌쩍 지난 현 시점에서 이들의 존재 이유를 논하는 것은 현실적인 의미를 갖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앞으로 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국교조와 사교조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려면 무엇보다도 교수노조를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답은 교수의 단결권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에서 찾을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학 교원 임용 제도는 전반적으로 대학 교원의 신분을 보호하기보다는 열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천돼 왔"으며 "특히 2002년 이후에는 기간뿐만 아니라 여러 근로조건을 계약으로 정해 임용·재임용 하도록 하는 교수 계약 임용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최근에는 대학 구조조정, 기업의 대학 진출 등으로 단기계약직 교수, 강의 전담교수 등이 등장해 대학교원의 임금과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위한 단결권의 보장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 비교적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는 정년계열 전임교원보다는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년계열 교수들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이다.

 

사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노동조합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은 굳이 헌법재판소의 판결문까지 인용할 필요 없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이익집단이며, 노동자라면 누구든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노동 조건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분열과 차별이 극으로 치닫는 오늘날,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권익만을 추구할 때 그 노동조합은 단순히 이익집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차별과 억압을 더욱 고착화하는 악역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다양한 정규직 노조의 사례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조합원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는 정년계열 전임교원으로 구성된 국교조와 사교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교조는 교수가 직업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무에 충실하여 국가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강령으로 채택했다. 국교조는 대학의 공공성 확보와 민주적 운영구조의 확립, ...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의 건설을 주요 목표로 한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만으로 두 노조가 위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비정년계열 교수들이 당하는 구조적 차별과 고통을 방치한다면, 어떻게 교수와 대학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진정한 대학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확립하며, 사회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필요하다면 기득권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자신들보다 더욱 노동조합을 필요로 하는 비정년계열 교수들과 함께 하고 그들의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일방적인 희생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국교조와 사교조는 대학 밖의 노동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정년계열, 비정년계열을 가릴 것 없이 점차 열악해지는 교수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사학재단의 온갖 비리와 갑질, 비민주적인 대학 운영, 비정규직의 확산과 그들에 대한 차별 등 대학에 산적한 문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온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문제이고, 이러한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구조/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대학 안팎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의 문제들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같은 문제로 투쟁하는 다른 사업장에 적극 연대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국 각지의 투쟁 현장에 국교조나 사교조가 연대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정년계열과 비정년계열 교수 모두가 함께 하는 전국교수노동조합과는 달리 정년계열 조합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국교조와 사교조는 집단 이기주의로 빠지기 쉬운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두 노조는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더욱 적극적으로 그들보다 더욱 고통받는 비조합원 교수들, 그리고 대학 밖의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낸 교수노조 합법화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는 길이자 교수노조 운동이 궁극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대학 내의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든 교원들의 교권과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


2021년 8월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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