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투성이의 대학구조조정안을 재조정하라

작성자
교수노조
작성일
2014-01-28 14:00
조회
3042
문제투성이의 대학구조조정안을 재조정하라



오늘 교육부가 확정발표한 대학구조조정안은 이명박 정부의 것을 일부 조정한(?) 조정안에 불과하다. 학생만족도 등 정성평가가 약간 포함된 것은 일보진전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대입정원을 고졸예정자 수에 억지로 맞추기 위해 대학을 경쟁시키고 줄 세우려는 모습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케 한다. 우리의 고등교육은 사교육시장에서 대학별 서열이 매겨지고, 삼성그룹이 다시 다른 서열을 정하고, 교육부가 최종 등급을 확인하는 상황이 되었다.



취업률을 계속 평가의 핵심지표로 삼는 것은 대학교육에 대한 편협한 해석이다. 취업이 대학교육을 받는 하나의 목적이기는 하지만, 취업만이 대학교육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진리탐구, 사회리더의 양성, 지성의 추구, 취미영역의 확대, 친구와의 교유 등 다른 목적들도 모두 중요한 대학교육의 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률만을 평가의 중심지표로 설정하게 되면 다른 목표들은 학문공동체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국문학과마저 문을 닫는 대학평가의 파고 속에서 인문학·자연과학 등 기초학문과 예체능분야의 몰락을 막을 수 없으며, 지역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 온 지방대학의 대거몰락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교육부는 평가의 목적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쟁력이 대외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대학이 대학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대학이 인류공동의 지적 유산들과 민족의 전통문화를 계발하고 전승하는 것이 존재가치라면, 우리의 대학은 그 길로부터 한참 멀어진 기형의 모습이 되고 있다.



대학을 구조조정하려거든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정원만 감축하는 것은 참된 구조조정이 아니다. 학생/학부모의 부담으로 운영되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들이 제시되고, 관련지표들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사립대학들이 사립학교법의 제규정들을 준수하게 하여 부패와 비리를 막아야 하며 이 지표도 반영되어야 한다. 아울러 초중등교육까지 멍들게 만드는 대학서열화 현상이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경쟁정책에 따른 대학줄세우기만 있을 뿐, 대학의 협동과 협조에 기반한 교육력강화 유도지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기준에 비춰볼 때, 박근혜정부의 구조조정안은 대학교육개혁의 올바른 방향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게다가 명색이 대학구조조정안인데, 대학사회와는 이렇다 할 토론 한 번조차 없이 발표된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방안이다.



우리 대학교육의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연구와 토론을 해 온 우리 교수단체들은 한국 고등교육 발전의 토대가 될 대안을 조만간 제시할 것이다. 우리의 안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기반으로 대학과 학문 및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2014년 1월 28일



교수학술4단체(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학술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