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변론재개 결정은 노동권에 대한 사법부의 폭력이다!

작성자
교수노조
작성일
2014-02-19 11:00
조회
2729
<교수학술4단체 공동성명서>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변론재개 결정은 노동권에 대한 사법부의 폭력이다!



지난 2월 13일과 18일로 예정되어 있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사내하청노동자의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訴)’의 선고가, 재판부의 변론재개 명령으로 연기되었다. 이로써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1,606명,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520명 등 2,126명의 불법파견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재판부가 3년이 넘게 방치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 ‘3년’(현대자동차 사건의 경우 39개월)은 이번 소송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부와 제42부에 해당된 얘기일 뿐이다. 현대자동차 사건의 경우 이미 2004년 9월, 노동부가 현대자동차가 활용해온 ‘사내하청’은 도급(하청)을 준 것이 아니라 파견법 위반의 근로자파견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불법파견을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현대차)가 처벌을 받고 해당 파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5년 검찰은 노동부의 판단을 뒤엎고 현대차에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2010년 7월에는 현대차의 사내하청노조 탄압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컨베이어벨트라는 자동흐름방식의 자동차 조립생산공정에 사용된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임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당사자들은 마땅히 파견법에 의거하여 현대자동차의 근로자로 복직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대법원→파기환송심→대법원 재선고’ 및 부당해고에 관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행정소송’ 등 법제도를 최대한 이용한 현대차의 버티기로 인해 아직까지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2010년 7월 대법원의 ‘완성차 공장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소송 당사자 1인에 대한 판단’일 뿐이라며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현대차와 이에 동조한 노동부장관으로 인해, 2010년 11월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다시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법원의 확정된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39개월을 끌어 온 소송이 재판부의 ‘변론재개 명령’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으로 다시 얼마나 더 지연될 지 가늠조차 어려워진 것이다.



‘실체적 진실’은 이미 명백히 드러났는데 재판 절차를 ‘합법’적으로 그리고 교묘하게 이용하여 불법을 계속 자행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이를 방조하고 있는 법원, 그리고 이미 10년 전에 불법임을 확인하고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현대차를 비호하고 있는 노동부와 검찰의 ‘철의 동맹’으로 인해, 직접적으로는 현대․기아차의 수 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동일한 처지에서 착취와 탄압에 시달리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재벌․자본의 수십 년간의 불법은 결코 단죄하려 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자본의 불법에 저항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스스로 되찾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행사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불법’파업이라며 13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해배상은 신속히 판결한 법원의 이중잣대를 보고 있노라면, 분노를 넘어 사법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을 보면서 수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본은 아무리 법을 농락해도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는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도 고통만 따르는구나”라고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부역하여 권력이 조작한 간첩, 내란 사건 등에 ‘합법’이라는 외피를 씌워 주고 사법살인을 저질러온 법원이 30-40년 뒤에야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이 간혹 보인다. 이런 사과를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으나, 처음부터 권력에 부역하지 않고 정의와 양심에 따라 재판하였다면, 무엇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피해자들의 고통이 양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의 법원은 정권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일지 모르지만, 기업과 자본에 대해서는 과거와 다르지 않은 ‘부역’을 하면서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존은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엄중히 묻는다.





2014년 2월 18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