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전국교수노동조합 창립 열여덟 돌을 맞이하며

작성자
kpu
작성일
2019-12-16 16:00
조회
1345

전국교수노동조합 창립 열여덟 돌을 맞이하며


 


201911,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이 창립 열여덟 돌을 맞이한다. 그간 교수노조는 총체적 위기에 빠진 대학을 구하는 대학개혁의 진정한 주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 드디어 2018830일에 헌법재판소가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 2조의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 중 단결권을 대학 교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국회는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교원노조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제대로 된 「교원노조법」은 요원하기만 하다.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법안들은 교원의 교육권 보장, 학생의 수업권 보장 따위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사학법인을 위한 어용노조와 기득권층을 위한 귀족노조를 양산할 독소 조항으로 가득하다. 이대로라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대학 사회를 향한 축복이기보다는 저주로 남게 될 지경이다.


게다가 이러한 답답한 상황은 대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지금껏 비준을 회피해왔던 ILO 핵심협약 87, 98조는 공무원의 노동권과 결사의 자유 보장을 그 핵심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101일에 제출한 개정안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은 없었다. 현 정권이 적폐라고 규정하는 박근혜 정부, 바로 그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팩스 한 장 공문으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고,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이 법외노조 통보를 고용노동부가 스스로 직권 취소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현 정권은 행정부 단독으로도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이 간단한 조치조차 줄곧 외면했다. 아니, 이러한 정당한 주장을 묵살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급기야 경찰은 1029일에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9일째 농성 중이던 전교조의 해직교사 18명을 폭력적으로 끌어내어 연행하는 만행을 벌이는 데에 이르렀다.


브레이크 없는 반노동 폭주는 교육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킨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또 다시 주52시간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도록 탄력근로제를 도입한다. 정부가 제시한 노동법 개정안에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을 방해할 조항만 즐비하다. 심지어 사업장 출입금지규정은 적폐중의 적폐인 군부독재 시절의 3자 개입금지와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현 정권이 보여주는 행동이 그들의 노동존중구호가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는지 분명히 증명하는 지금, 노동자 대중 역시 더 이상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진리를 추구하고 사회발전에 필요한 보편가치를 실현하는 대학을 지켜온 대학 교원들 역시 이러한 노동자 대중의 투쟁에 함께 하며, 대학사회의 핵심주체인 교원의 지위와 위상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올바른 「교원노조법」을 쟁취하기 위해 온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 땅의 고등교육을 억압하여 온 전근대적 대학 지배구조를 청산하고, 대학을 유사기업으로 변질시키는 신자유주의의 공세를 막아내며, 백년대계를 세울 새로운 교육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내겠다는 약속을 다시금 확인해야 한다.


이제 대학자치! 교육혁명! 우리학문!”을 지향하는 우리는 전국교수노동조합 창립 18주년을 맞이하는 이 엄중한 시기에 다음과 같이 새롭게 다짐한다.


 


첫째, 교수노조 관련 입법이 조속히, 그리고 올바로 이루어지도록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투쟁한다.


둘째,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고등교육재정확충 등 대학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한 고등교육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한다.


셋째, 수도권과 그 외의 지역 간 고등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을 구하기 위해, 현 정권의 대학평가 및 구조조정 정책에 강력하게 저항한다.


넷째, 우리의 동지인 비정규직 교수들, 대학을 지탱해 온 대학 내 노동자들, 학문후속세대이자 대학 공동체의 또 다른 구성원인 학생들과 함께 대학 내 평등한 관계를 구축한다.


다섯째, 대학의 부정·비리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고발을 통해 교육 비리를 청산한다.


여섯째, 이 땅의 노동자 대중,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교수 노동자로서 적극적으로 연대한다.


2019119


전국교수노동조합 조합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