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 8] 올여름 산사태보다 더 무서운 교육부의 눈(目)사태 (2020.11.23)

작성자
kpu
작성일
2020-11-23 10:00
조회
1409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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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산사태보다 더 무서운 교육부의 눈()사태


 


 


여당 모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항공사 얘기다. 그는 200억 원대 자산가인데도 직원들의 고용보험료 5억 원을 내지 않아 605명의 직원이 대량해직을 당하면서도 고용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해고당한 파일럿은 타 항공사로 전직을 하고 싶어도 모두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라 재취업이 어렵다. 그래서 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약 1억 원 정도의 대출을 받았는데 막노동으로 어떻게 그 많은 빚을 갚겠느냐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어느 한 종편의 보도다.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지난 9년의 세월 앞에 시름하고 있는 폐교대학 교수들을 생각해 보면 올 831일자로 폐교가 완료된 동부산대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무려 17개 대학이 문을 닫았다. 1,000여 명(이 숫자는 폐교 직전 정상운영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비하면 현저히 감소한 수치다)의 교수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어느 교수는 택시기사로, 어느 교수는 탁송기사로, 택배기사로, 어린이집 기사로, 막노동판으로, 어느 교수의 사모님은 식당 팬츄리로... 그나마 이런 분은 용기라도 가상하다. 대부분 교수는 백수 인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교수 시장은 대부분 1차 시장으로 한정된 시장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당사자들의 정신건강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전국폐교대학교수연합회의 자체조사에 의하면, 폐교를 경험한 교수들 중 96.3%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불면증 등 공황장애나 조현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거의 모든 교수가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대학 운영자들의 횡령 등 심각한 비리로부터 출발한 입학정원 미충원 사태를 대학폐교라는 극단적 처방으로 그 정당성을 구축하였고, 고등교육은 시장논리적 대학 퇴출정책으로 귀결되었다. 법인 회계비리, 학령인구절벽, 미충원사태, 경영난의 심화, 공공성 강화라는 변화 속에서 대학폐교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학폐교의 책임을 고스란히 교수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세계 경제대국 10! 4차산업 혁명을 외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많은 대학과 교수들이 길거리로 내몰려도 살진 돼지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 배울만큼 배웠기에 먹고살 길 찾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 치부한 듯...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이러한 배경에는 교수들의 개인주의적 사고와 사회적 연대가 약했던 지난날의 과오도 자리하고 있음에 폐교대학 교수들의 피해가 그들만의 것으로 전락해 버리는 현실에 책임을 통감하고 노동과의 연대에 등한시하였음을 회고해 본다.


 


파일럿의 눈물과 막노동은 세상에 알려져도 교수들의 고통과 눈물은 세상에 가리어져 있다. 그들은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다시 재취업의 희망이라도 보이지만 교수들의 재취업은 대학 문을 닫는 순간 영원히 끝이 난다. 파일럿은 당장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여 안타깝지만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아직도 열려있다. 그러나 사립대학 교수들에게는 사립학교 교원이라는 이유로 이마저 원천 봉쇄되어 있다. 평생토록 수많은 지성인을 길러내고 학자의 길만 걸어온 교수들의 눈물은 파일럿의 눈물보다 더 못했다! 그들의 무저항은 이렇게 묻혀가고 있다. 그러나 묻혀버리고 버림당한 교수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대학이 문을 닫을지,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덩달아 교수들의 삶도 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올여름 1,500여 곳의 산사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두 손 놓고 쳐다만 보고 있는 교육부 눈()사태일 것이다.(끝)


 


 


 


2020년 11월 23


전/국/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