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 1] 고려대와 연세대 감사, 구조적 사학비리 없었나? 2020.10.5

작성자
kpu
작성일
2020-10-06 10:00
조회
1190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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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와 연세대 감사, 구조적 사학비리 없었나?


 


최근 교육부의 감사를 통해 적발된 연세대와 고려대의 비리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각각 수십 건씩에 이르는 여러 가지 다른 적발사항들을 제쳐놓더라도, 연세대 대학원입시에서 1차 서류심사 결과 9위에 그쳤던 부총장의 딸이 구술심사에서는 만점을 받아 당당히 제1위가 되어 혼자 합격한 사실이나, 고려대 교수 13명이 법인카드로 강남 룸싸롱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근 7,000만 원에 이르는 유흥비를 쓴 사실 등은 놀랍고도 심각한 부정·비리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두 대학에 대한 감사가 대학운영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구조적 비리는 찾아내지 못한 채 소수 보직자나 교수들의 개인 비리를 적발하는데 그친데 있다. 그동안 두 대학을 비롯한 수도권 사립대학들의 대학운영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지만, 이번 감사를 통해 밝혀낸 것은 거의 없다. 사립학교법 위반, 교수채용 비리 의혹, 교수직 세습 의혹, 비정년·비정규 교()원에 대한 부당 인사, 일부 예체능계 부정입학 의혹, 기부금 편법사용 의혹, 법인 이사장들의 전횡 등 여러 종류의 의혹이 항간에 퍼져있었는데도 말이다.


 


비록 적발된 비리가 개인 비리에 지나지 않더라도,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건임은 분명하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연간 2,200-2,500억 원에 이르는 국비지원을 각각 받고 있는데, 이 액수는 수도권 다른 사립대학들은 물론 주요 지역거점국립대학들이 받는 지원액보다 훨씬 큰 것이다. 그런 두 대학에서 이런 비리가 발각되었으니, 국민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직 두 대학은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정중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은 결국 국민의 대학이다. 대학은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공익기관이며, 그러한 임무를 잘 수행하기에 여러 가지 행·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대학은 자치와 자율의 학문공동체로서 기업이나 다른 비영리조직과는 다른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서 대학은 최고의 학문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운영에 있어서 민주성과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지켜야 할 기본적 가치와 도덕성을 지킬 때, 국민적 지지와 존중을 받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감사를 마쳤다고 온전히 마친 것으로 볼 수 없다. 비리 행위자들에 대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엄정한 처벌 책임과 동시에, 명실상부한 대표사학으로서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고히 하는 내부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교육부 역시 빙산의 일각을 발견하고도, 이것으로 감독기관의 책임을 다한 것이라 여기면 곤란하다. 대학교육의 공공성 확보와 대학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장치들이 잘 작동하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교육부가 감독기관으로써 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더라면, 이런 비리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그냥 두 사립대학이 아니다. ()


 


 


202010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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