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13] 지방대학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작성자
kpu
작성일
2021-01-15 18:00
조회
1160

지방대학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현재 전국의 대학은 총 335, 그중 수도권 밖에 있는 소위 지방대학의 수는 220교로 전체 대학의 65.7%를 차지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지방대학은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현실 앞에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입시철마다 전국의 고등학교를 돌며 신입생 유치를 위한 영업을 하는 것은 지방대학 교수들에게 이미 당연한 업무가 된 지 오래이며, 대학 입학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를 앞지르기 시작한 올해는 지방의 각 대학마다 첫 학기 등록금 면제, 고가의 전자제품 지급 등을 유인책으로 신입생 모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유치 실적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올해 수시 미달 인원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는 전년 대비 줄어든 반면 부산대, 충남대, 전남대 등 지역거점국립대 8교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방대학에 위기를 불러온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집중 현상과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근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방대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가속화되었다. 또한 김영삼 정부시절인 1995년에 발표된 5·31교육개혁안은 무한 경쟁과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 논리를 대학 사회에도 적용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특히 대학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한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는 대학의 무분별한 양적 팽창을 야기한 주범으로 꼽힌다. 김영삼 정부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지방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실행됐지만 2021년 지방대학의 현실은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수도권 집중화,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학서열화는 더욱 공고해 지고 있으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위기의 속도와 크기는 증가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논의한 두 가지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만 한다. ,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열화된 대학의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자본의 논리만 따르는 교육 정책을 과감히 폐기하지 않으면 개별 대학들이 (지금 하고 있듯)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코 지방대학의 몰락을 막을 수 없다. 다행히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등을 포함하여 고등교육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여러 고등교육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에서 대학 서열화 해소와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여러 바람직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국공립대 연합체계 구성, 사립대학의 공영화(공영형사립대로의 전환) 등이 있다.


물론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러 이견이 있고 논의해야 할 문제들도 남아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답은 이미 다 나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뿐이다. 김영삼 정부부터 문재인 정권까지 말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대학 육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율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히 신자유주의적인 고등교육 정책을 고수해 왔고, 이로 인한 결과가 얼마나 처참한지 우리는 지방대학의 몰락을 보며 실감하고 있다. 늦으면 늦을수록 고통만 가중될 뿐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개별 대학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와 실효성 없는 각종 미봉책을 철회하고, 대학을 이윤추구의 도구로 여기고 이용하는 기득권 세력이 아닌 진정으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는 이들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것만이 지방대학과 더불어 고등교육 전체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