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 9] 교수, 우리사회 지식인으로서의 역할(2020.11.30)

작성자
kpu
작성일
2020-11-30 14:00
조회
1205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교수, 우리사회 지식인으로서의 역할


 


 


교수는 분명 노동자다. 그러나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사회적 조건 속에 있는 집단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교수는 연구자이면서 교육자다. 그만큼 교수로서 진정한 교육자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교육자로서의 교육을 완벽히 받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반대학에서 그러한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보통의 교수라는 이들은 철학적인 부분에서 기술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분명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교직에 근무하면서 여러 실질적 측면에서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스스로 끝없이 되물어야 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의 교수보다도 더 큰 사회가 기대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이다. 오랜 기간 동안 사회의 아픔을 공감하고 시대를 선도하던 바로 그 지식인으로서의 교수 모습말이다. 이 땅의 지식인으로서 사회의 발전을 위해 여러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치적, 제도적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 지식인으로서 교수의 역할은 크게 약화되거나 변질된 것이 사실이다. 진보적인 지식인, 교수의 상은 관념적 급진성만으로는 더 이상 유지조차 어려운 낡은 것이 되었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들에서 독선적인 고집을 피우는 것을 목도거나, 자신의 전문 분야라 할지라도 자신만이 옳다는 식의 사고를 가진 지식인들이 너무 많다. 그 모든 주장들이 사회현실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 나오는 매우 관념적인 수사들일 경우, 화려한 언변과 글솜씨로 본질들을 기가 막히게 은폐하는 특별한 재능들이 과시될 경우에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해지고, 종국에는 사회를 더욱 혼란에 빠지게 하는 위험도 도사린다. 이런 현실 모두가 암울하기까지 하다.


 


특히 민중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지위와 역량과 영향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한층 더 큰 책임감이 요구되는 법인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반대다. 우리 사회 현실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삶의 현장에서 몸소 찾아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항상 어떤 모델과 이론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 지식인들의 실험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 두 정책의 성패만으로 그 정권 자체를 평가하고 상대를 변절과 무능으로 단언한다. 진영의 문제가 아닌 것을 진영의 문제로, 세대의 문제가 아닌 것을 세대의 문제로 단언한다.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기 어려운, 항상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급진적인 결과물이 급격하게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조급성도 지식인 특유의 문제적 속성이다. 여기에는 정치와 사회의 변동을 정치정당의 권력 획득 여부만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아주 오래된 잘못된 관습이 그 토대를 이룬다.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교수의 모습은 더 있다. 교체되는 정권과는 달리 더 크고 뿌리 깊은 권력을 가지고 어떤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각종 비선출 관료권력, 언론권력 그리고 이들과 학연, 지연 등으로 촘촘하게 얽혀 있는 사회, 그 내부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민중의 의식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각종 기득권 집단(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거대한 범죄 집단들까지)들과의 강고한 지배 카르텔에 관한 대한 이론적, 현실적 이해도 너무나 부족하다.


 


이러한 수많은 한계로 인해 기존의 익숙한 문제들, 즉 노동, 재벌, 환경 문제 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비판적 논의가 있지만, 검찰로 상징되는 사법권력이나 심각한 수준의 언론권력 등의 개혁에 대한 학문적 논의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한한 권력에 대해서는 과격한 비판도 쉽게 하지만, 반대로 세월호 사고나 사회에 만연한 각종 적폐 청산 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여러 이유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연구하기보다 그 현상 그 자체에 대해서만 날선 비판으로 현실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라도 자성과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얄팍한 지식과 중심을 잃은 언론의 허술한 정보 등을 토대로 과도한 혐오와 아집에 기반한 정당 중심의 과도한 정치적 구별 짓기와 진영 나누기에 휩쓸리지 말자. 조금은 정치사회 중심의 논의에서 한 발짝 떨어져 다시금 대중사회 중심의 분석과 진보적 대안 찾기를 추구하자. 이 시대 지식인, 교수의 진정한 사명은 한국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가 교육하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사회의 진보를 이루어가야 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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