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 4] 고등 교육의 다양성과 평등성 2020.10.26

작성자
kpu
작성일
2020-10-26 12:00
조회
1200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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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교육의 다양성과 평등성


 


인류 역사와 문명은 기록을 통해 정보를 축적하고 계승해 왔으며,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왔다. 그에 따른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에너지의 사용을 증진하여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물산의 풍부 속에서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을 향유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하고 무분별한 에너지의 사용으로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그 가운데 코로나와 같은 사태도 야기됐을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에너지 사용의 불균형뿐만 아니라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불균형으로 인해 인류 사회가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위기에 봉착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를 보고 일부 생명과학자들은 인류 종()의 멸종과 인류 문명의 대단절을 경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명과학은 그런 경고에 앞서 다양한 유전자 풀을 갖고 있는 종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종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를 인류 사회로 원용하면, 다양한 생각과 사상을 함유하고 있는 인류 집단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다양한 사상과 문명은 인류 역사 속에서 교육을 통하여 전달되어왔으며, 현재의 사회 체계 속에서는 고등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이 다양한 문명의 전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이를 위기 관점에서 말하면, 현재의 다양한 대학 체계가 무너지면 다양한 문명의 전달 기반은 붕괴할 것이고, 사회는 건강성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로 이어진다. 현재 한국 대학은 심각한 위기상태에 직면해 있고, 이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한국의 대학 사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붕괴할 것이고 한국 사회도 그만큼의 여파를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를 막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 한국의 대학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정부가 대학의 다양성과 평등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양한 대학들을 인정하고, 대학들은 다양성을 갖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정부는 형평성에 맞게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대학을 인정한다고 해서 비리로 얼룩진 사립대학 재단들을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비영리 법인인 대학 재단들이 비리로 얼룩지는 것을 방지하고, 문제 대학을 퇴출시킬 것이 아니라, 그 지경에 이르게 한 비리 재단을 퇴출시켜야 한다.


 


대학이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 거버넌스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학교의 장을 재단이나 정부가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로 선출된 사람이 학교의 장으로 취임하는 것이 대학 거버넌스 자율성의 기초다. 선출된 학교의 장은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가 처한 환경에 알맞은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고, 이것은 대학 교육의 다양성을 높일 것이다. 대학 교육의 다양성이 증가하면, 사회는 보다 건전한 체계로 전환될 것이다.


 


집단의 인재 풀을 넓힐수록 그 집단은 다양한 사고와 활동이 가능하다. 국가의 인재 풀을 넓혀야 다양하게 변화하는 국제 사회에 적응하고, 다분화되는 우리나라 사회를 건전하고 올바르게 이끌 수가 있다. 바로 그러한 국가적 인재 풀을 넓히기 위해서 고등 교육의 기회는 모든 국가 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제반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어떤 국민도 고등 교육을 제공 받을 기회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고등 교육과 대학은 공공재다. 고등 교육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대학과 고등 교육이 공공재면, 이를 유지하는 비용은 당연히 공공에서 부담하여야 한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이점을 오인하여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립대학들의 문제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고등 교육의 비용을 오롯이 사적 영역으로만 놓아둘 수는 없다. 고등 교육의 비용을 공적으로 부담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고려할만한 방법은 정부가 재정 지원을 통하여 대학 재정을 책임지고, 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것이다. 대학 교육이 무상으로 이루어지면, 경제적인 이유로 고등 교육을 포기하는 국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되고, 국가의 인재 풀은 그만큼 다양해지고 넓어져서 국가는 건전하게 유지될 것이다. ()


 


202010월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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