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교수논평-7] '차별금지법 제정과 보편적 인식 확산을 기대하며'

작성자
kpu
작성일
2021-06-07 16:00
조회
1028

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3월부터 격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보편적 인식 확산을 기대하며'


 

  ‘차별금지법’ 제정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말 그대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으로, 각종 신체적 조건이나 사회적 요건,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생활 전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그 제정 취지나 의미에서 우리 헌법의 평등이념을 실현하는 고귀한 가치가 있음을 물론이고, 인권과 보편적 권리, 합리적 배려(reasonable accommodation) 등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기본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온 세계적 추세와도 동떨어지지 않는다.


  2003년 UN 인권이사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2007년과 2010년 법무부의 법 제정 시도가 있었으나, 실효성 논란이나 사회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다. 2012년 UN 인권이사회가 다시금 제정을 권고한 이래, 우리나라 매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 발의가 진행돼 오기는 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관심사가 전혀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다만, 매번 법률 발의 이후 본격 논의나 온전한 사회적 합의까지는 진행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나마 차별금지법은 작년부터 정치사회적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고, 올해 급부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현상은 존중과 평등의 보편적 지향과 그러한 권리 구현이라는 궁극의 가치에 앞서, 누구를 포함하는가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바로 젠더 개념에 입각한 ‘성적 지향’의 부각을 말하는 것이다. 2007년 법무부의 입법 예고 당시부터도 쟁점의 대상이었던, ‘동성애 조장법’이라며 종교계나 의료계 일각에서 양심과 윤리를 설파하고, 그 가운데서 학문적 자유와 지식인의 자세를 수호하겠다는 목소리까지 자아내고 있는 그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이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부분만 빼고’ 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 적이 있다. 그야말로 차별금지법의 탄생을 차별을 가한 결과로 얻자는 것이다. 이율배반적인 차별의 합리화는 이미 주류집단이 이 사회를 얼마나 억압적으로 유지시켜 왔는지를 보여준다.




  교육계에서도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2015년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인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 대다수인 98%가 교사나 또래에게 혐오표현을 듣거나 보복의 두려움으로 항의도 하지 못하였다는 결과가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가 바로 우리들의 현실이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제1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을 발표하면서 ‘소수자 학생 차별 예방 및 지원’을 포함했었는데, 정작 그 대상은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논란 회피로 보일 만큼 협소하게 정의하였다. 그만큼 이와 관련한 문제에 대하여 반대 여론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4월 발표된 제2기 계획(2021~2023)은 그나마 이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담겼지만, 역시나 극단적인 반대 여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런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도 우리 사회의 인식은 다소 늦지만 변화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8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소수자 포용 경향은 전체적으로 강해지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동성애자 반대론’은 햇수를 거듭하면서 하락하다가 처음 절반 이하로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했던 ‘2020 차별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국민의 82%가 ‘우리 사회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차별 해소를 위한 적극적 노력 중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88.5%가 동의할 만큼 압도적이기도 하다. 그 속에는 사회구조적으로 만연한 차별성과 소수자 집단에 대한 평등의식 개선도 전제돼 있을 것이다.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등장 과정을 보면 사회적 차별 해소의 ‘포괄적’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 보편의 인식들 속에서 성별, 학력, 고용형태나 종교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소수자성’과 그것이 유발하는 다양한 현실의 불신과 혐오의 고리를 끊어야 할 연대의 과제가 이 법 제정에 함께 녹아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들 이슈 간에도 고유의 시각과 견해의 차이가 있음은 인정하되,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협의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시대적 요구와 시급성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인식제고와 성숙의 시간도 충분히 요구된다. (끝)




 



2021년 6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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