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논평2022-2]'사학재단에 퇴로 혜택은 정당한가'

작성자
교육선전실
작성일
2022-03-21 08:42
조회
1028

[교수논평]2020.10부터 매월 1주와 3주에 정기 발행되고 있으며, 대학과 교육 현안 및 사회이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사회정책 수립에 기여를 목적으로 합니다.

 

사학재단에 퇴로 혜택은 정당한가

 

대입인구 감소의 여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이참에 부실 대학을 정리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원 미달인 대학들이 대개는 지방사립대들이기 때문에, 그러한 단순한 사고가 어떤 계층에 불이익을 초래하게 될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몰락, 이것은 빈곤의 대물림이다.

대학에 대한 회의주의의 이면에는 대졸 학력으로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반발심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학무용론이 취업난과 고용불안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수도권 유학 자금이 없어 지방대학, 지방사립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지방대학조차도 없어져 버리면 불평등과 부 세습의 피해를 더욱 고스란히 받게 된다.

대학에 대한 회의주의를 이용해 비리 사학들이 투자자산(그들의 투자자산인지도 따져보아야 하지만)을 회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학교를 폐하는 데 따른 보상을 기대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은 2019년 개정 이후 현재, 학교법인의 정관에 해산 시 잔여재산의 귀속자를 다른 학교법인이나 그 밖에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 중에서 정해두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학교법인이 비리를 저지르고 시정하지 아니하고 해산하면서 원 법인과 일정한 인적관계가 있는 법인(또는 경영자)을 귀속인으로 지정한 때는 귀속을 인정하지 않고 잔여재산을 사학진흥기금으로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35).

이는 귀속자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원칙적으로 사적 처분권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귀속자의 범위가 한정된 점에서는 처분권이 일정하게 제한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제한은 학교법인의 공익적 성격 및 공적 자원 투입의 측면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것이다. 현행법은 비리를 저질러 시정하지 않은 경우도 귀속인이 본 법인과 일정한 인적 관계만 없다면 귀속을 허용해주고 있다. 이 정도 허용성이면 공적 기능을 하는 법인에 대한 규율로 충분하지 않은가.

소득세법은 세제 특혜를 받는 민간단체에 대해서 해산 시 잔여재산을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유사한 목적을 가진 비영리단체에 귀속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정관에 포함되어 있을 것을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소득세법시행령 제80). 이는 사립학교법이 학교법인에 대해 요구하는 기준보다 더 엄격한 것이다. 과세면제라는 공적 희생에 상응하는 사적 처분권의 자율적 포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사립학교는 세법상 과세면제보다 훨씬 더 큰 폭의 국고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음을 보면, 현행 사립학교법의 기준도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학재단들은 현행 규정으로도 모자라 폐교 후 교육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으로의 전환 또는 금전적 보상을 받기 위해 이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동요하는 국회의원들이 꽤 많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지난 2019년 규정 도입 시 국회 의사록을 보면 여야 막론하고 비리사학의 재산권에 대한 배려심을 드러내며 동요하는 발언들을 볼 수 있다. 그러한 표류는 사립학교를 설립자나 이사()의 사적 소유물로 보는 시각과 절연하지 못한 탓이다.

법인은 자연인인 사람과는 구별되는 별도의 인격이다. 설립자 개인은 법인의 관리자일 뿐 소유권자가 아니다. 법인 설립 시 재산 출연은 일종의 증여이고,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관리권을 획득한 것에 불과하다. 폐교 후 잔여재산의 처리도 법인의 설립 목적에 따른 관리행위일 뿐이다. 그렇다면 교육 목적과 관계없는 자에게 귀속시키거나, 설립자나 이사가 청산 보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국고 등에 귀속시키는 방식 등은 당연히 학교법인의 목적에 반한다.

사립대학의 재정적 곤란 상황에서 무능 사학과 비리 사학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관리능력을 상실한 자들에게 퇴출이 아닌 보상을 강구하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폐교보다는 공영화, 국공립화되도록, 폐교 시에는 잔여재산을 학생, 교직원의 피해구제 등에 쓰도록 명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사학재단에 금전적 보상이라는 퇴로를 열어줄 경우, 여전히 교육 잠재력을 가진 지방대학들이 폐교의 유인을 갖게 되고 결국 지방에는 갈 대학이 모자라게 된다. 인구감소의 원인이 부모의 육아와 교육의 부담 때문인데, 그 부담이 더욱 큰 계층이 다시 자녀를 대학에 보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 이것을 감히 공정이라 말할 수 있나. ()

202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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