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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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헌법 농락하는 정부, 교원노조법 개악 추진하는 국회

작성일 : 2020-01-13
작성자 : k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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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헌법 농락하는 정부, 교원노조법 개악 추진하는 국회

 

고부응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 중앙대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은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노동법이 헌법을 위반한다면서 이를 따져 달라고 2015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2018년 8월 헌법재판소는 임금 생활자는 노동자이고 대학 교원 역시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대학 교원의 노동권을 제한하는 현재의 교원노조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단결권을 규정하는 교원노조법 2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했지만 그 취지는 약자인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대학 교원이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 개정 시한을 2020년 3월31일로 못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아직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발의돼 있는 개정안들이 교수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교수의 노동권을 통제하고 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이 아니라 개악인 것이다.

정부 발의 주체인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교섭 창구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게 하고 개별 대학에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게 하는 등의 개악안을 내고 있다. 교섭을 요구하는 모든 노동자 조직이 단일 창구를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이를 빌미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개별 대학에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사용자들이 어용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노무관리부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의원들의 개정안 역시 대부분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법률의 상위 규범인 헌법의 원리를 존중한다면 그리고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면(대다수 국민이 노동자이기에 그들은 노동자의 대표이기도 하다) 국회는 교수 노동자 조직인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노동3권 보장, 교수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보장, 교육 및 학문 정책의 교섭 대상화 등을 반영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어야 했다. 의원들이 개악안을 내는 것은 그들이 대부분 노동자인 국민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사용자인 정부, 기업, 학교 법인의 입장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관계법 제정이나 개정을 마지못해 하면서 동시에 개악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 쟁점이 된 교원노조법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10년간의 투쟁과 국제노동기구(ILO)의 압력,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가입 선결 조건으로 공무원과 교사의 합법적인 노조 설립 보장을 요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정됐다. 이나마 제정된 교원노조법도 노동3권을 허용하지 않고 허용된 단결권조차도 박근혜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를 가능하게 한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 현 정부는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국에 대해 유럽연합이 분쟁 절차에 돌입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를 시작했다. 이 역시 사업장 점거 등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늘리는 등 재계의 입장을 반영하는 노동관계법을 발의하고 난 다음의 일이다.

노골적으로 친기업을 표방하는 정부나 정당에 대해서는 아예 기대가 없다. 그러나 촛불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정부, 노동자의 편에 서겠다는 정당이 말로는 노동자의 편이지만 그들이 하는 일 하나하나가 노동자를 배반하는 것이라면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수 노동자들은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노동자 동지 모두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 이제부터라도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