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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조차 무시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안 돼

작성일 : 2020-01-07
작성자 : k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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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조차 무시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안 돼

 

  •  박지현 인제대학교·법학과

  •  승인 2019.12.30 00:00

 


[기고] 교원노조법 개정안 비판

 

지난 2018년 8월의 헌법재판소의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교원노조법 개정의 방향에 관해 서로 다른 관점을 담은 4개의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발의 시점 순으로 한정애(민주당) 등 10인의 안, 정부안, 여영국(정의당) 등 10인의 안, 설훈(민주당) 등 11인의 안 등이다. 그런데 발의된 개정안들은 과연 판결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까. 판결의 ‘주문’만 보면 대학 교원에게 노조 설립권을 보장하기만 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판결의 ‘이유’까지 읽어보면 그것만으로는 헌법의 요구를 다 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해진다. 일부 개정안은 전혀 판결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종전보다도 노동권의 보장수준을 후퇴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개정안들의 공통적인 내용은 대학교원의 노조설립을 허락하는 내용 외에 퇴직 교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자는 것이다. 퇴직 교원 부분은 헌법재판소 판결과는 무관하고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최소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 외 개정안들의 중요한 차이들은 다음과 같다.

 

 

최초로 발의된 한정애안의 특징은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 규정의 개악이다. 창구 단일화 규정은 현행 교원노조법에 이미 들어있다. 현재는 “조직 대상을 같이하는 둘 이상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에만 창구 단일화를 요구하는데 한정애안은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이 둘 이상인 경우”로 창구 단일화 조건을 확대하자고 한다. 가령 전임교원의 노조와 시간강사의 노조는 조직 대상이 달라서 현재는 창구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한정애안에 따르면 그와 상관없이 노조 둘 이상이 교섭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단일화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그를 기존의 초중고 교원에 대해서도 적용되도록 개정의 범위를 넓혔다. 분명한 개악이다.

 

 

정부안은 한정애안의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 규정을 그대로 이어받고 거기에 대학의 경우 개별 학교 단위 노조설립을 가능하게 하자는 개악을 추가했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초중고에 관해서 노조 설립은 전국 또는 시도단위로만 가능하게 해두고 있다. 산별(산업별) 조직화 정책이 평등 처우 보장이나 산별 조직화 촉진을 위해서는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교원의 노조라는 특성에도 합당하다. 현행법이 초중고 교원에 대해 광역단위 설립을 강제한 것은 국가 교육정책과 제도의 통일성을 위한 것이다. 대학 교원이라고 달라질 이유가 있을까. 정부안의 의도는 사립재단과 협력성이 높은 노조들이 쉽게 만들어지게 하려는 것이다. 어용노조 등으로 쉽게 복수노조화한 후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 규정으로 민주노조를 압박하려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여영국안은 노동 친화적 정당의 제안답게 기존의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 조항의 폐지, 쟁의행위 전 조정절차 의무 조항의 폐지, 교원의 쟁의행위 금지 조항의 폐지, 정치활동 금지 조항 폐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앞의 둘은 일반 노조법에서도 노동권 행사를 방해하는 악명 높은 것들이고, 뒤의 둘은 교원노조법에 특유한 악법들이다. 특히 정치활동 금지 조항의 경우는 대학교원이 원래 정당법 등에 의해 정치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그대로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설훈안은 정부안 중에서 워낙에 불합리한 창구 단일화 개악 조항은 빼고 사업장 단위 노조설립 허용조항만을 담았다. 이 안에는 한정애안의 발의자에 포함되었던 한정애, 신창현 의원이 들어 있어서 한정애 의원 자신은 한정애안을 폐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안이 정부안보다 낫다고는 해야겠지만, 사립재단의 이익을 위한 사업장 노조 허용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이들의 정치적 기반이 거기에 있는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여영국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초·중등 교원의 경우 근로조건이 거의 법정되어 있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음에 반해 (대학교원은)... 교수 계약임용제 도입과 대학 구조조정 및 기업의 대학 진출 등 사회의 변화로... 초중등 교원에 비하여 법적으로 강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중시했다. 대학교원의 노동권은 기존의 초중등 교원의 보장 수준보다 더 낮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현재 노조가 불가능한 상태보다 더 나빠져서도 안 되는 것이다. 사업장 단위 노조허용으로 어용노조와 창구 단일화 경쟁을 하도록 내몰려서도 안 되고 교수 단체로서 정치활동을 금지당해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또, 헌법재판소는 노조가 필요한 이유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의 역할은 해당 학교의 문제에 국한되므로, 특정 학교의 문제에 대하여 다른 학교의 교수협의회가 관여하고 싶어도 연대활동을 할 수 없으며, 교육부 혹은 사학법인연합회를 상대로 근무조건의 통일성 등에 관하여 교섭할 수도 없다.” 노조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연대와 통일성이 보장되어야 함은 노동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육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일을 교육부와 사학연합회를 상대로 해낼 수 있으려면 전국적 노조로 설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사업장 노조 허용규정은 판결의 취지에 반한다. 단지 대학교원 노조의 인정에서 더 나아가 노조가 필요한 이유를 거론한 헌법재판소의 본 취지를 살리는 법 개정이 되기를 바란다.

 

 

정부가 노동정책에 관해 여러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교원노조법 개정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 그러나 교원노조법 개정은 사학의 부패와 교육의 부실로부터 위기의 대학교육을 지켜내는 자치적 노력이라는 점을 깊이 고려해주길 기대해본다.

 

 

 

박지현 인제대학교·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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