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

성명서/보도자료

[교수논평 11] 간헐적 팬데믹 시대, 대안은 무엇인가 (2020.12.14)

작성일 : 2020-12-14
작성자 : kpu
조회 :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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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팬데믹 시대,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 영웅도 촛불을 든 시민도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지구촌에 대변혁을 초래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 농장, 목장, 광산, 공장, 주거지 개발을 하고자 생태계의 순환을 담보해 줄 빈틈의 숲마저 파괴한 탓이다. 학자들은 이제 매년 두세 종의 바이러스가 인수(人獸)공통의 전염병으로 변형을 하고, 확률적으로 그 중 한 바이러스가 45년에 한 번 꼴로 팬데믹을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제 간헐적 팬데믹 시대(The Age of Intermittent Pandemics)’에 접어들었다.

 

완충을 할 빈틈이 사라지면서 여러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연쇄적으로 증폭되는 임계연쇄반응(Criticalty Chain Reaction)도 나타날 것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북극권의 동토층에 갇혀 있는 인류 탄생 이전의 바이러스나 16천 억 톤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짧은 시간에 방출된다면,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설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우리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약 45%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 영점에 도달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팬데믹만이 아니다. 지금 38%의 동물이 멸종위기 상태다. 상위 10%가 절반 이상의 부를 점유하고 한 기업의 임금 격차가 300배에 이를 정도로 불평등은 극대화하였다. 미국의 자동화/로봇화가 47% 정도 진행되었는데, 일자리 감축은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다. 이는 노동자를 인공지능이 남긴 부스러기 일이나 하는 고스트워커(ghost worker)로 내몰고 있다. 노동자들이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기에 노동운동 자체가 무장해제 당한다. 지금처럼 노동거부로 맞서면 자본은 타협이나 양보 대신 로봇으로 대체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의 사회를 모색해야 한다. 이 체제에서는 팬데믹의 위기, 기후위기, 생명의 위기, 불평등의 극대화, 노동의 위기의 극복은 물론, 탄소 제로 한 가지도 달성할 수 없다. 이 체제는 확대재생산하고 이윤을 획득해야만 유지되기에 끊임없이 소비를 조장하고 욕망을 증식시키면서 위기의 원인이자 동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노공학, 생명공학, 컴퓨터 공학, 로봇공학, 우주항공공학 등 4차 산업혁명의 과학기술들도 이윤추구를 향해 달려가며 디스토피아를 구성할 것이다. 윤리적 자본주의와 같은 개량적 대안은 가능하지 않다. 이 체제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 바이오 연료 보조금, 환경세 등 그 어떤 혁신적인 대안들도 시장체제에 종속시켜 한낱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결국 무력화한 것을 잘 경험하지 않았는가.

 

대다수는 이런 주장을 과격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개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은 허구이고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의 희극이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의 고고학의 성과에 따르면, 인류는 농경혁명 이후에도 8,000년 동안 평등한 공동체를 유지했다. 인류 역사 700만 년 가운데 불평등한 사회는 0.0857%6천여 년에 지나지 않으며, 자본이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착취한 시기는 0.0057%400년에 불과하다. 이제 인류사회는 자연과 공존하며 모든 구성원들이 평등한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를 재촉하고 있다.

 

먼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시대는 GDP보다 그 나라의 강과 숲에 얼마나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는지, 국력보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이 얼마나 미소를 짓고 있는지, 국부를 늘리기보다 얼마나 가난한 이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지, 기업 이윤을 늘리기보다 얼마나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자기실현으로서 노동을 하는 지, 뛰어난 인재를 길러내기보다 못난 놈들이 얼마나 자신의 숨은 능력을 드러내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국가를 경영하고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국가는 이제 자유롭고 정의로운 생태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토지, , 지식, 빅데이터는 공유부(common wealth)로 설정하고 이에서 나온 재원으로 로봇, 의료, 교육, 주택, 교통을 사회화하여 공유의 영역에 두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공공선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선도함은 물론,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이에 맞추어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조너선 닐의 주장대로 전쟁 때처럼 국가가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면 아직 길은 있다.

 

대신 우리 자신도 변해야 한다. 욕망을 서로 키우며 이를 달성하는 것을 행복한 것으로 착각하던 삶에서 타자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욕망을 절제하는 데서 외려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물질적 충족보다 마음의 평안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삶으로, 이기심과 경쟁심을 서로 극대화한 삶에서 주변의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면서 환희심을 느끼는 삶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지식인들은 자본과 타협하지 말고 비판적 지성으로서, ‘잠수함의 토끼로서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에 맞서야 한다. 그럴 때만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내일이 있을 것이다. ()

 

 

 

2020년 12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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