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

성명서/보도자료

[교수논평 3]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대학의 비판력 복원을 기대한다 2020.10.19

작성일 : 2020-10-19
작성자 : kpu
조회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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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동조합에서는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교수논평]을 발행하여 대학과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통해 대학민주화와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로서 올바른 교육·대학정책 수립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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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대학의 비판력 복원을 기대한다

 

 

건강한 사회는 건전한 비판력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사회비판력 상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만큼 사회의 건강성이 의심된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에서 비판력의 원천은 대학사회였다. 물론 언론 등 제 조직체에서도 그 역할은 수행하였으나, 고유의 지적 사유와 사회 참여적 성찰을 기반으로 사회발전에 이바지한 비판력의 중심점은 대학에서 비롯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학사회는 침묵을 거부하고 당당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고, 그에 따른 결과를 교수들은 흔쾌히 받아들여 정의를 선택하였다.

 

그러던 대학사회의 모습을 오늘에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사회의 비판력 상실이 일상화되었다고나 할까. 비판이 때론 개인적, 집단적 불이익을 일으킬 수 있다는 두려움에 대학사회 구성원들은 대학 내외의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부합하여 부도덕함에도 침묵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정의로운 교수연구자들이 이에 대한 문제점을 폭로하고 개선을 요구하면 이들에겐 재임용탈락이나 그에 따를 만큼의 후속적인 불이익이 뒤따르고 있다. 이에 더해 대학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경영의 위기가 강조되면서 교수연구자의 근로조건 악화(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 비정년 트랙 교원 양산 등)는 채용단계에서부터 학문적 소양이나 학자적 양심보다는 비판하지 않고 순응적인 부역자들을 양산해낼 수도 있다. 대학구성원들은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고 비판력 상실은 더욱 가속화 하는 것이다.

 

대학사회의 비판력 상실은 사회정의 실현과 회복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바라보며, 피해자는 있되 가해자는 없는,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확대 재생산되는 추측만이 결론 없이 흘러가는 세태를 확인한다. 이때 우리 대학사회도 그저 나에게 얽히지 않기만을 바라는 게 최선인 듯 여겨져, ‘사회정의의 개념도 희미해지고 그 의미도 퇴색하는 듯하다.

 

대학은 이제 더 전통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예전과 같은 지식 생산과 사회적 비판의 명분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기술적 지식을 서로 네트워킹하고 가공하여 경제적 이득과 사회적 지위 획득에 유용한 취업준비학교에 불과하다. 이 표현이 너무 극단적일까. 지금 대한민국의 어느 대학도 이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탓할 수 없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다. 엄청난 시대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온전히 갖추고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대학사회 교수연구자로서의 자성과 사회정의에 대한 바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바로 서게 할 수 있도록 대학의 비판력은 진화와 전승을 거듭해야 한다. 탈무드에서는 위대한 교육은 언제 발생하는가? 위대한 스승 앞에 내가 앉았을 때, 그때 비로소 위대한 교육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것은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달라져도 변함없는 진리일 것이다.

 

그 사회에서 가장 미워하는 것이 인텔리전트 계급이라고 한다. 비판하고 대들고 저항하는 지식인이라는 말썽꾼이 가장 미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프랑스 부르봉 왕조는 언제나 파리대학 구성원들의 비판 정신을 우려했었고 관료들도 그들의 성가신 모양의 공격을 두려워하였다. 파리대학 교양학부의 교수와 학생들은 프랑스 혁명의 첫 시위를 열광적으로 지지했고, 그 결과 파리대학과 그 구성원들은 특권과 재산을 박탈당했지만, 국민의회와 파리시 당국은 헌법에 대해 새로운 선서를 했고, 다음날 교수와 학생들은 생 즈네비에브 거리를 활보했으며, 국가, 법 그리고 국왕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사회정의를 위한 대학의 비판력이 없었다면 이룩하지 못하였을 결과다.

 

나라는 칼과 창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로 지켜지는 것이며, 이는 대학을 대학답게그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대학사회의 자성과 비판력 회복 없이는 지켜질 수 없다. 다원화된 우리 사회에서 대학사회만큼은 이제 더 비판력 실종의 요인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바른 정의 구현은 대학사회 비판력 회복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알고 기꺼이 비판하고 책임을 다하자. ()

 

202010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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