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

성명서/보도자료

비교육적인, 너무나 비교육적인 이명박 정부 교육당국의 행태

작성일 : 2009-08-03
작성자 : kpu
조회 : 6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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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육적인, 너무나 비교육적인 이명박 정부 교육당국의 행태


우려하던 일이 훨씬 나쁜 모습으로 일어났다. 7월 31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89명에 대해 유례없는 중징계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6월 18일 있었던 교사 16,171명의 시국선언을 주도한 88명에 대해 교과부는 이미 6월 26일자로 해임과 정직 등의 중징계를 민첩하게 결정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7월 19일 있었던 교사 28,635명의 2차 시국선언의 주도자들에 대해서 가중 처벌하겠다는 공언을 충실하게도 지켜 이들의 징계수위를 파면과 해임 등으로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위원장은 해임에서 파면으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 및 시도지부장 21명은 정직에서 해임으로 징계수위가 한층 높아지게 되었다. 또 교과부는 중앙집행위원이 아닌 전임자 67명에 대해서는 정직 결정을 내렸으며, 이와 함께 본부 전임자와 시도지부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지부 전임자 등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이 고발토록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는 교과부가 주장하는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사유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교과부는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제57조(복종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 제66조(집단행위금지)를 위반했다고 강변하나, 그것은 법리를 오해했든지 아니면 법 취지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교사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함으로써 본분인 교육에 불성실했다거나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불복종했다거나 그 직무를 해태하는 등의 일이 명백히 발생했음을 교과부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한 하위법인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침해될 수 없는 기본권이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 6월 3일 서울대를 시작으로 봇물을 이룬 시국선언의 내용에 대해 국민의 약 60%가 공감하며, 공감하지 않는 비율은 그 반에 그치고 있다. 누가 뭐라고 둔사(遁辭)를 농(弄)하더라도, 대학교수뿐만 아니라 문인, 예술가, 교사,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시국선언이 줄을 이은 것은 국민 대다수가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이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기 때문임은 명약관화한 진실이다. 파면의 경우 향후 5년, 해임의 경우 향후 3년간 재임용이 금지되므로, 실질적으로 이번 징계방침은 해당 교사를 교단에서 영원히 퇴출시키고 교사로서의 생명을 끊겠다는 의미이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교사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다수 국민들이 느끼는 바를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따라 밝힌 일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생존권과 교사로서의 교육권을 항구적으로 박탈당해야 할 만큼 중죄란 말인가?


올해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울산교육청이 교과부 장관 표창을 수여한 교사 중 한 명이 전임 고등학교에서 여고생 성희롱 논란을 일으켜 전근한 자임을 뒤늦게 알고 표창을 반납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있었음이 최근 보도되었다. 표창까지는 아니지만, 학생 성희롱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의 징계가 상당히 너그럽다는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한편 시도교육청은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작년부터 일제고사를 강행하였고, 전국적 일제고사는 각지에서 부정행위가 벌어지는 등 대혼란만 초래함으로써 반대자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노정(露呈)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교육청은 일제고사 대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존중한 교사들을 파면, 해임시키고 있다.


정말 가관이 아닌가? 학생 성희롱 교사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자신의 양심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교사가 비교할 수도 없이 훨씬 더 무거운 징계를 받는다는 이 현실을 학생들이 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배우겠는가? 이것이 교육인가? 이것이 교육자와 교육 관료라고 자임하는 사람들이 할 짓인가? 교육자의 양심 이전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참으로 개탄스럽고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과부가 지향하는 교육관이 바로 이러한 것인가? 호의호식하는 데 아무 쓸모없는 양심은 하수구에 버리고,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며, 무엇보다도 출세를 위해서는 부당한 비헌법적 명령이라도 눈 질끈 감고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교사. 또 그런 교사를 전범(典範)으로 삼아 닮아가는 학생. 정말로 그런 것인가? 설마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우리는 간절히 희망한다. 그리고 정말 그렇지 않다면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방침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과연 어떠한지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2009년 8월 3일


전국교수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