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노동조합

성명서/보도자료

[논평]정부 등록금 대책 환영, 졸업세 제도로 전체 학생에 혜택줘야

작성일 : 2009-07-31
작성자 : kpu
조회 : 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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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등록금 대책 환영하나
대출제가 아닌 졸업세 제도로 전체 학생에게 도입해야




▶ 환영하지만 일방적 발표는 아쉬움



정부는 30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교수노조가 2005년부터 도입을 주장해왔던 ‘등록금 후불제’ 정책 필요성에 대해 정부가 일정부분 공감했다는 데 환영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 대책을 포함한 여러 정책을 수년 간 제안해 왔던 교수노조, 등록금넷 등 시민사회단체나 학생, 학부모들과의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부분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를 통해 등록금 액수 정해야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제도는 저소득층 가정의 등록금 걱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지만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첫 째, 정책 시행 이후 우려되는 과도한 등록금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에서 등록금을 책정해야 한다.



매해 등록금 액수는 정부, 대학,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위원회에서 결정한 등록금을 기준으로 +5%를 넘지 않도록 차이를 두게 해야 한다. 이 경우 반드시 대학별 ‘등록금책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등록금 후불제 참가 대학은 대학별로 예산과 결산을 ‘고등교육등록금위원회’에 제출하고 승인과 감사를 받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학재정이 투명해지는 효과도 있다.



등록금을 정부와 대학, 학부모가 함께 결정하고 감독하기 때문에 등록금 상한제가 자연스럽게 실시되고, 표준적인 교육의 질이 보장되며, 대학의 회계가 투명해져 등록금을 빼돌리는 고질적인 사학비리도 사라지게 된다.



▶ 국채 발행 통한 ‘졸업세’ 도입으로 전체 학생에게 혜택줘야



둘 째, 대출제가 아닌 ‘졸업세’로 전환해 일부 계층이 아닌 전체 대학생을 대상으로 완전한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가계소득 1~7분위(연소득 4839만원 이하) 가정 대학생에게만 적용된다. 하지만 ‘졸업세’로 전환하면 가계소득과 상관없이 전체 대학생에게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의 ‘등록금 후불제’는 대학은 무상으로 다니고 졸업한 이후에 일정한 수준 이상의 돈을 벌게 되면 소득에 비례해서 후배와 후손들의 대학교육을 위해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이다.



먼저 대학 졸업 후 세금 형태, 즉 대학교육세(졸업세)로 등록금을 상환한다. 희망하는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을 국가가 부담하고, 혜택을 받은 학생은 졸업한 후 특정 연봉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는 해에 소득에 연계하여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며, 납부 연수는 최대 20년으로 한다. 특정 연봉 이하일 경우엔 세금이 유보되어 납부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총액은 연간 약 11조원인데, 이 액수는 모든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 및 대학원 학생들의 등록금을 합한 액수이다. 교수노조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정부가 11조 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세수증가에 따라 이자와 원금을 갚아도 실제 정부 부담은 매년 3조 원 남짓에 불과하다. 등록금 후불제 실시 후 4년이면 졸업생들이 기여금을 납부하게 되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들은 평균 대학진학률 50% 수준에서 GDP 대비 1.2%의 금액을 고등교육에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84%의 대학진학률 수준에서 GDP 대비 0.4%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등교육비만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OECD 평균수준을 국가가 부담하려면, 현재보다 최소 6조 원 이상을 고등교육부문에 지출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비용확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수치를 통해 보면 좀 더 과감한 정부의 노력만 있다면 전체 대학생에게 완전한 후불제 혜택을 줄 수 있다. 또 이 액수만큼 국채를 발행하여 등록금을 지원해 주면 가계 입장에선 그만큼 소득증대 효과가 나타나고 따라서 소비도 늘어나 국민경제가 활성화 되고 세수 역시 증대된다.



▶ 비용보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 정부는 적극 대화 나서야



비용 문제를 떠나 등록금 문제가 곧 대학과 사회 발전을 위한 기본 토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고등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지지 않고서는 대학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며 더 이상의 경제 발전 역시 불가능하다. 고등교육 문제를 철저히 공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금형태 상환을 통한 ‘등록금 후불제’는 이미 많은 선진 OECD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제일 먼저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했고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즈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네덜란드, 캐나다 등 여러 교육선진국들도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유상교육에서 무상교육을 거쳐 후불제로 정착한 호주와 무상교육에서 유상교육을 거쳐 후불제를 채택한 영국의 경제학자들도 이 제도를 인정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와 캐나다 등 많은 국가들이 이 제도의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무상교육을 실시 중인 프랑스 ・ 독일 ・ 스웨덴 ・ 핀란드 ・ 노르웨이 등의 경제학자들도 이 제도를 공격하지 않는다. 2005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총학생회연합대회에서도 이 제도를 사실상 차선의 제도로 인정한 바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역시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는 ‘민생 행보’ 차원에서 급작스럽게 발표를 서둘렀을지는 몰라도 앞으로는 완전한 후불제 도입을 위해 학생, 학부모, 대학, 시민단체들과 충분한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2009년 7월 30일



전국교수노동조합